우린 왜 몰랐나? ‘무도’ 멤버들 진짜 고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10.21 08: 15

화려한 자축쇼도 없었고, 7년여 간을 쉼 없이 달려온 의미를 굳이 부연하지도 않았다. 허허벌판에서 텐트 하나 치고 오로지 진심만 보여줬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300회 중에 최고로 꼽을 만한 방송이었단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300회 특집 ‘쉼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후 7년이 흘렀다. 떠들썩하게 의미를 강조하던 100회와 200회 특집과 달리 300회 특집은 조용하지만 진심이 가득한 대화를 통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남자 7명이 삼삼오오 털어놓는 속 깊은 대화가 주를 이뤘다.
한 박자 쉬어가겠다는 의미로 ‘쉼표’라는 주제를 내세운 이날 ‘무한도전’은 그동안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멤버들의 말 못할 고민들이 쏟아졌다.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최강자인 ‘무한도전’을 이끈 멤버들이 힘겹게 꺼낸 진심은 찡하기 그지없었다.

웃기지 못한다며 일부 시청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정준하와 길, 인기 방송인으로서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이 역력한 유재석, 평생 2인자로 살지 않겠다고 진지한 각오를 드러낸 박명수, 유명인인 까닭에 태어날 자녀들과 함께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는 정형돈, 군복무로 방송을 쉬는 동안 노홍철의 문자 하나에 눈물을 흘렸다는 하하, 방송이 좋지만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노홍철까지. 예상은 했지만 이들이 쏟아내는 고민은 쉽사리 위로를 하기에는 힘든 내용이었다. 그 누가 별 문제 아니라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토닥일 수 있을까.
 
유재석과 정형돈이 나눈 언젠가는 찾아올 ‘무한도전’의 마지막 방송, 프로그램이 종영하면 예능인으로서의 인생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안쓰러웠다. 메인 MC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신으로 인해 동생들이 MC로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유재석의 따뜻한 배려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특히 300회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온 프로그램 종영에 대한 고민은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을 상상하지 않았던 안방극장에 큰 충격을 남겼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페이소스 가득한 웃음을 전파하는 동시에 진정성 있는 도전으로 감동을 안겼다. 이 프로그램에 뚝뚝 떨어지는 진정성은 골수 팬들을 양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골수 팬들은 단순히 ‘무한도전’을 즐겁기 위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시청 자체를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인기가 없으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연예인으로서 너무도 당연하게도 이미 이별을 마음에 두고 방송을 임하고 있는 멤버들과 달리 팬들에게 종영은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아직은 쉽게 상상하고 싶지 않은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청자 게시판에는 300회 특집이 준 감동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종영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0회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 멤버들의 감동적인 진정성 넘치는 고백이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성원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 셈이다. 이날 ‘쉼표’ 특집은 빵빵 터지는 웃음은 없었지만, 한 박자 제대로 쉰 ‘무한도전’이 다시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는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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