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는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올인을 결심했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원정경기지만 나름의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박성호의 머리 한 방에 무너졌다.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던 경남FC는 20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연장 후반 15분 터진 박성호의 백헤딩 결승골에 또다시 포항 스틸러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반부터 홈팀 포항을 상대로 수비에서 밀리지 않으며 활발하게 경기를 풀어간 경남은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승부차기까지 갈 생각을 갖고 있다. 승부차기까지 가면 우리가 잘 할 것 같다"던 각오가 경기 내용에서 드러났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강승조 대신 실험했던 최현연 대신 유호준을 선발로 기용했다. 최현연은 경기가 포항의 흐름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던 순간 절묘하게 교체투입해 공격의 물꼬를 텄다. 팽팽한 0-0의 접전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결국 경기는 연장까지 흘러갔다.
최진한 감독의 계획은 연장전이 끝날 무렵까지만 해도 맞아들어가는 듯 보였다. 수비에서 무너지지 않고 포항의 탄력적인 공격을 막아냈고, 후반 투입한 최현연을 중심으로 역습의 기틀을 다졌다. 연장전 후반 15분이 모두 지나면서 승부차기의 향기가 짙게 났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모두가 승부차기를 예감하던 순간 벼락같은 골이 터졌다. 포항의 마지막 프리킥 찬스, 페널티 박스 왼쪽 뒷편에서 신진호가 길게 올려준 크로스가 훌쩍 뛰어오른 박성호의 머리에 맞았다. 김병지가 손을 뻗어봤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버저비터 결승골이었다.
상대적으로 전력 면에서 약세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철저하게 준비한 경남은 예상치 못한 순간 터진 의외의 한 방으로 무너졌다. 자신들이 노렸던대로, 계획했던대로 원정경기서 포항의 득점포를 꽁꽁 묶으며 분전했지만 박성호의 머리에서 빚어진 '한 방'이 비수처럼 날카롭게 경남의 심장을 찔렀다.
FA컵 우승에 모든 것을 걸었던 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FA컵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동기부여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 최 감독은 "몸이 좋지 않아 먼저 일어나겠다"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차근차근 밟아왔던 계획이 우승 문턱에서 또다시 무너져내린 충격은 최 감독의 어깨를 더욱 작아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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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