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제작기는 흡사 유치원을 연상케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출연자의 성향을 파악해 대본을 만들고, 프로그램 색깔과 전개를 익힌 출연자가 눈치껏 이를 따라가는 것이 보통이라면, ‘붕어빵’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프로그램 제작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삼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답게 눈높이에 맞춘 주제와 스토리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언어인 ‘놀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매주 한두 차례 아이들의 집을 방문한다. ‘붕어빵’ 연출자 최원상PD에 따르면 작가별로 전담 아이들이 있어 최소 6개월 동안 관계를 맺고 그야말로 아이들의 친구가 된다. 집을 방문해서도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니라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뒹굴면서 관련 대화를 나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여름 방학에 어디에 놀러갔다 왔는지 묻는 식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뭐가 좋았고, 연예인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뽑아낸 이야기에서 출연 가족 중 절반 이상이 호응 하면 그 주제가 ‘붕어빵’ 토크로 채택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붕어빵’ 녹화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현장학습장이나 마찬가지다. 제작진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아이들은 행동하거나 말 하는 데 거침이 없다. 아이들이기에 집중력이 부족해 녹화 도중 시시때때로 몸을 꼬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그 모습마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 ‘붕어빵’ 연출의 지침이다.

‘붕어빵’에는 현재 여덟 가족이 출연하고 있다. 개그맨 염경환, 이정용, 개그우먼 김지선, 배우 정은표, 김혜은 가족이 고정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간간이 출연진이 바뀌는 식이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연예인의 이름은 ‘이정용 씨’, ‘염경환 씨’가 아니다. 최 PD에 따르면 이정용은 믿음이 아빠로, 염경환은 은률이 아빠로 불린다.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로 출연자들들끼리도 서로의 가정 분위기나 육아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돈독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 중 한두 명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꼭 끼어 있다는 게 최 PD의 말.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육아 경험이 있는 제작진의 생활에서 온 판단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편이라고. 일단 최PD 자체가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인 만큼 과거 경험을 꼼꼼히 되새김질 한다.
그러다 보니 최 PD는 녹화장 가는 길에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캐러멜을 한 묶음씩 가져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이 키워본 아빠 경험에서 나는 노하우다. 최 PD는 이 같은 행동을 “부모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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