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남, 현실은 다르지만 동기부여로 '골머리'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0.21 07: 29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 FC가 처지가 다르지만 동기부여라는 똑같은 걱정을 하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은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2 FA컵 결승전' 경남과 홈경기서 연장 후반 14분에 터진 박성호의 극적인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2008년 FA컵 우승 이후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통산 3회 우승(1996, 2008, 2012)을 달성하며 수원과 전북, 전남과 함께 FA컵 통산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다.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차이는 단 1골 차에서 비롯됐다. 1득점 혹은 1실점이야 얼마든지 경기서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이날 만큼은 의미가 달랐다. 양 팀이 현재로서 삼을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달성 혹은 실패하게 만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박성호의 1골 차로 포항은 큰 웃음을, 경남은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채 창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처한 포항과 경남이지만 걱정거리는 동일했다. 아직 50여일이나 남은 시즌 운영 때문. 포항과 경남은 남은 시즌 동안 팀을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시킬지 고민에 빠져 있다.
경남은 이번 시즌 목표를 두 개로 잡았다. 30라운드까지의 K리그서 상위 8위 안에 들어 스플릿 시스템에서 상위그룹에 드는 것과 토너먼트 대회인 FA컵에서 우승을 차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즉 스플릿 시스템 상위그룹에 들었던 경남으로서는 FA컵 결승전이 사실상 이번 시즌의 마지막 대회나 마찬가지였다.
최진한 경남 감독은 상위그룹에 포함된 이후 여러 차례 "FA컵에 올인을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경남의 이번 시즌 최대 목표인 FA컵 우승을 위해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를 위해 경남은 결승전에서 강승조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K리그서 강승조를 제외하고 실제로 경기를 치르는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경남은 이날 패배했다. 경남으로서는 자신들의 목표를 잃게 된 셈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K리그서 3위 안에 들면 되지만, 현재 3위 수원과 승점 차가 18점이나 되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들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은 9번의 K리그 경기를 이기고자 동기부여를 하는게 중요하지만 최진한 감독조차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경남의 최현연은 "확실히 맥이 풀릴지도 모르겠다. 당장 FA컵 끝나니 허무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 다른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고 고민을 털어 놓았고, 최 감독도 "아직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동안 FA컵만 바라보고 앞으로 왔기 때문에 (동기부여를 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동기부여는 경남의 걱정거리만이 아니다. 우승을 차지한 포항도 동기부여를 걱정하고 있다. 4위 포항은 1위 서울과 승점 차가 17점이나 되어 남은 9경기서 승부를 뒤집는 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순위 싸움에 목을 맬 입장도 아니다. 이미 FA컵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에서 K리그 2~3위에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무의미하다.
황선홍 감독은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리그 경기를 다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다"며 고개를 저어댔다. 하지만 내년도 챔피언스리그 제패라는 큰 뜻을 세운 만큼 이번 시즌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 같지는 않다. 황 감독은 "우리가 목표로 했던대로 가기 위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잘 준비해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만큼 목이 말라 있다"며 남은 시즌을 내년도 준비의 일환으로 삼아 발전으로 이끌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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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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