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작은 변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 만들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0.21 08: 10

"부산에서는 내가 해야 하는 축구가 있으면 그렇게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선수들을 헤아리고 같이 어우러지려 한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 스틸러스가 지난 20일 '2012 FA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연장 후반 14분에 터진 박성호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FA컵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수원과 전북, 전남과 함께 FA컵 최다 우승팀의 반열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 사령탑 시절 2009년 컵대회와 2010년 FA컵에서 결승전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시의 아쉬움을 딛고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감독 경력 5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두 번의 좌절은 황선홍 감독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성장의 발판을 만든 셈이다.
황 감독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여러가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려고 했는데 부산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감정의 변화가 많았다. 하지만 결론은 시즌 중, 경기 중, 선수에 대한 기다림이었다. 그 시간이 길었고 많은 것을 담게 됐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편이다. 예전에는 축구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했다. 기술과 전술 모두 중요하지만 선수들 마음을 헤아리는 것들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긴 기다림으로 인한 깨우침은 황선홍 감독의 스타일을 변하게 만들었다. 자기 중심의 축구에서 주변의 목소리를 듣는 축구로 변화시킨 것.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부산에서는 내가 해야 하는 축구가 있으면 그렇게 가야한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선수들을 헤아리고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선홍 감독의 이러한 변화는 당장 경남전에서 나타났다. 예상 외로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조급함이 닥쳤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황 감독은 "연장전에 들어가고 나서는 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승부차기까지 간다고 생각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의 마음가짐은 선수 교체서도 보였다. 최전방 원톱으로 뛰고 있는 박성호를 교체시키지 않고 계속 뛰게 한 것. 골이 터지지 않을 경우 가장 책임론에 시달리는 원톱인 만큼 빠른 교체 타이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결국 박성호는 황선홍 감독의 기대에 보답,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골을 터트리며 황선홍 감독에게 첫 우승컵을 안겼다. 박성호는 "교체를 지시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믿어주셔서 꼭 보답을 하고 싶었다"며 황선홍 감독의 신뢰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고 전했다.
이제 황선홍 감독은 5년 차 감독이다. 나이도 만 44세에 불과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먼 지도자이다. 젊은 황선홍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큰 깨우침을 주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제일 어렵다"는 황선홍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10년, 20년 이상 남은 지도자의 길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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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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