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30, 포항 스틸러스)와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함께 활짝 웃었다.
박성호가 극적인 한 방으로 포항에 우승컵을 안겼다. 박성호는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2 FA컵 결승전' 경남 FC와 홈경기서 연장 후반 14분에 헤딩 결승골을 넣어 포항을 1-0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포항은 통산 3번째 FA컵 우승을 달성하게 됐다.
이날은 박성호는 물론 황선홍 감독에게 뜻 깊은 하루였다. 박성호는 프로 데뷔 12년 차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고, 황선홍 감독 또한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우승의 영광을 누렸기 때문이다. 특히 박성호는 짜릿한 결승골로 포항 선수단은 물론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 7000여명의 팬들을 흥분케 했다.

이번 시즌 포항으로 이적한 박성호는 시즌 초반 포항의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포항의 플레이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로부터 야유를 들었다. 또한 한 동안 선발 출전 명단서 빠지며 전력 외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8월부터 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포항의 붙박이 원톱이 됐다.
박성호는 "자신감이 붙으니 계속 골이 나온 것 같다. 처음에는 슛을 하고 나서 팬들의 야유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다. 팬들 앞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이 기쁘다"며 "오늘 초반 긴장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특히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셔서 결승골로 보답할 수 있게 됐다. 감독님께 빛진 것을 조금씩 갚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가 시즌 초반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황선홍 감독의 영향이 컸다. 시즌 초반까지 팀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자 황선홍 감독이 꺼내 든 제로톱 전술 때문. 황 감독은 "전반기 포항은 아사 직전이었다. 터닝 포인트는 제로톱을 사용한 시점이다. 공격진에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기 때문에 좋은 미드필더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사용한 전술이다"고 했지만, 박성호는 "제로톱을 통해 공격수들이 긴장하고 노력하게 됐다. 지금에서는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제로톱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결국 노력한 만큼 자신의 본 모습을 찾은 박성호는 포항에 잘 녹아 들어갔다. 잇달은 공격 포인트로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포항에 가장 중요할 때 한 방을 터트리며 팀의 영웅이 됐다. 시즌 초반 팬들에게 역적 취급까지 받았던 때와는 천지 차이의 모습이다.
황선홍 감독은 박성호에 대해 "경기 중에 많이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보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헌신적인 것을알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해주는 선수로, 박성호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잡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박성호가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했다.
sports_narcotic@osen.co.kr
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