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벼랑 끝에서 만난다.
SK와 롯데는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각각 김광현과 쉐인 유먼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린다. 두 투수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미 한 차례 선발 대결을 벌였는데 6이닝 1실점의 김광현이 5⅓이닝 2실점한 유먼에 판정승을 거뒀고 SK도 롯데에 2-1로 이겼다.
1차전이 열리기 전 무게중심은 김광현보다는 유먼에 있었다. 두 투수 모두 정규시즌 막바지 100%의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시즌 성적에서 유먼이 김광현에 앞서있고 유먼은 이미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페이스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김광현은 최고구속 151km의 직구와 140km대의 슬라이더를 구사, 탈삼진 10개로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으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유먼의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2회말 선두타자 이호준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직구-체인지업의 조화로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결정구인 서클 체인지업이 잘 먹혀들었다.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체인지업으로 SK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아 탈삼진 7개를 올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행이 걸린 마지막 5차전. 그야말로 두 투수의 어깨에 팀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 승리를 위한 키포인트로 김광현은 2, 3회 투구 내용을, 유먼은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에 대한 고집을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김광현은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다. 이따금 전성기의 구위를 선보이며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가 다음 경기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특히 시즌 후반에는 1회에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가볍게 스타트를 끊다가도 2, 3회에 구위가 급속히 떨어지며 흔들렸다. 한 번 상승세를 타면 무섭게 페이스를 유지하지만 반대로 페이스가 꺾이면 추락도 빨랐다.
반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첫 이닝의 상승세를 2, 3회까지 그대로 이어갔다. 1회 탈삼진 2개를 올리더니 2회에는 탈삼진 3개로 힘을 더했다. 5회까지 맞은 안타들도 모두 산발로 득점권 주자를 허용치 않았다. 6회 다소 체력이 달리는 듯 구위가 하락하면서 1점을 내줬지만 어쨌든 1차전의 김광현은 SK의 우승을 이끌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밟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만일 김광현이 5차전에서도 2, 3회까지 막강한 구위를 보인다면, 1차전의 호투를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유먼은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지만, 그 자신감이 때로는 독으로 작용했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회부터 선취점을 내주고 위기를 맞이했던 것도 지나친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 때문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호준에게 맞은 솔로홈런도 한 가운데 몰린 직구였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포수 용덕한이 실점 후 유인구 위주의 투구를 주문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홈런을 허용한 후 곧바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여 살아남았다.
5차전에서도 선취점을 내준다면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실점이 될 수 있다. 유먼이 롯데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기 위해선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보다 신중하게 투구에 임해야한다. 양승호 감독의 말처럼 이제는 타자들이 150km의 직구도 어렵지 않게 공략한다. 유먼은 자신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직구 못지않게 위력적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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