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SK의 대구행 티켓, ‘양박쌍정’에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2 09: 11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의 화두는 ‘쌍박쌍룡’이었다.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이라는 핵심 선수들을 축약해 만든 신조어였다. 그렇다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SK의 핵심 단어는 ‘양박쌍정’이라고 할 만하다.
1승 뒤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SK는 4차전에서 가까스로 승리했다. 삼성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로 가느냐, 아니면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감하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마주해야 하느냐는 5차전에 달려 있다. 단 한 경기에 2012년 SK의 야구 성적표가 결정된다. 제 아무리 경험이 많은 SK라 할지라도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5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SK의 전력은 드러날 대로 다 드러났다. 팀 전력에 살을 찌울 수 있는 새로운 얼굴들이 마땅치 않다. 기존 선수들이 힘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SK의 5차전 핵심 선수들은 박정권(31) 박재상(30) 정상호(30) 정우람(27)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으면서, 4차전까지는 제 몫을 모두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타선에서는 박정권과 박재상의 활약이 절실하다. 시리즈 들어 SK는 공격 난조에 빠져 있다. 리드오프 정근우의 출루율이 5할이고 3번 최정이 3할8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경기당 평균득점이 2.25점 밖에 안 된다. 2번 박재상이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고 5번 박정권은 4경기에서 15타수 2안타(타율 .133)의 부진에 빠져 있는 탓이다. 하위타선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움을 고려하면 두 선수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부진에도 SK 벤치가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정권은 누가 뭐래도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가을 사나이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22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3할7푼8리에 홈런만 9개다. 지난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홀로 홈런 두 방을 때리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언젠가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박재상도 최근 몇 년간 롯데에 꾸준히 강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 4년간 롯데전 상대 성적이 3할6리(229타수 70안타)다. 큰 경기 경험도 많고 SK의 작전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앞서 나서는 정근우와의 호흡도 무시할 수 없다. 부진 속에서도 1차전(박정권)과 4차전(박재상)에서 결승타를 책임진 선수들이다. 5차전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야 한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정우람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우람은 올 시즌 SK 팀 역사상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30세이브)를 세우며 SK의 뒷문을 굳건하게 지켰다. 그러나 피로누적 증상으로 시즌 막판을 건너뛰더니 포스트시즌에서도 구위가 영 신통치 않다. 2차전에서는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고 4차전에서도 9회 홍성흔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경기를 찜찜하게 마무리했다.
2개의 세이브를 챙기기는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50으로 좋지 않다. 하지만 정우람의 몫을 대신해 줄 선수는 없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약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1·2차전에서 많은 공을 던진 정우람은 부산 이동일에 휴식을 취했고 3차전에 나서지 않았다. 4차전에서도 투구수는 21개로 그렇지 많지 않은 가운데 다시 하루를 쉬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심신을 가다듬을 최소한의 시간은 된다.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몫 못지않게 포수의 활약상도 중요하다. SK는 5차전 선발로 김광현(24)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포수 마스크는 정상호가 쓸 가능성이 높다. 기존 선수들은 정상호에게 맡기는 이만수 SK 감독의 스타일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4개를 당했던 정상호로서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투수 리드에서의 소임도 막중한 정상호다. 롯데 타자들은 1차전에서 예상치 못한 김광현의 ‘불꽃투’에 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김광현에 대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김광현으로서는 1차전보다 좀 더 힘든 여건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김광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리드가 필요하다. 롯데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상호의 몫이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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