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대구로 가는 길, ‘대리운전’이 중요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2 07: 00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김광현(24·SK)과 쉐인 유먼(33·롯데)에 쏠려 있다. 그러나 최종전 승부는 의외의 곳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 팀의 대리운전 싸움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2승2패를 기록한 SK와 롯데는 22일 문학구장에서 명운을 건 최종전을 벌인다. 출발점은 같다. 가장 중요한 운전석에는 5차전 선발로 내정된 김광현과 유먼이 앉았다. 하지만 이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을 때의 비상사태도 생각해야 한다. 재빠르게 운전대를 이어 받아 흔들리는 팀을 이끌어 갈 선수도 선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팀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총력전을 다한다는 각오다. 선발투수가 흔들리면 시점에 관계없이 다음 투수를 올려 불을 끄는 전술을 들고 나올 전망이다. 내일이 없는 만큼 선발 요원들을 계투 카드로 꺼내 쓸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가 이들의 손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송승준이라는 대리기사를 불러 썼다. 선발 고원준이 2⅓이닝 동안 2실점하자 1차전 선발이었던 송승준을 곧바로 마운드에 올렸다. 3일의 휴식이었음에도 송승준은 4⅓이닝 동안 71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 팀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송승준의 희생이 빛나는 경기였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송승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만약 팀이 4차전에서 리드를 잡았다면 팀 사정상 2차전 선발이었던 송승준이 다시 출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5차전은 어떤 식으로든 활용이 유력하다. 4차전에 나서지 않은 송승준은 4일을 쉬었다. 어느 정도는 체력 회복이 됐다. 유먼이 흔들릴 경우 곧바로 경기에 나서 필승조까지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
이에 맞서는 SK도 역시 2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던 윤희상이 대기한다. 이만수 SK 감독은 “(불펜으로 돌려 쓸 정도로) 선발투수들이 건강하지 않다”며 어려움을 드러내면서도 “5차전에서 윤희상 정도는 대기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광현이 1차전에서 잘 던지기는 했지만 부상 전력 탓에 회복력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그 물음표가 커질 때는 언제든지 윤희상을 투입한다는 속내다.
더 많은 대리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두 팀의 구상도 복잡하다. 롯데는 2차전에만 등판한 정대현의 투입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사율 강영식이 4차전에서 잘 던지긴 했지만 여전히 롯데 불펜은 정대현과 김성배가 방점을 찍어줘야 한다. 양 감독은 여차 하면 1이닝 이상도 끌고 간다는 심산이다. 승부처에서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SK는 4차전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병룡의 활용 방안이 중요하다. 구위가 썩 좋지 않다는 게 SK 벤치의 고민이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엄정욱 박희수 정우람이라는 ‘필승조’들이 모두 불안감을 남긴 터라 채병룡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김광현-윤희상-채병룡이라는 선발 카드 셋을 한꺼번에 투입해 버틸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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