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른 환경에 처한 주인공들의 ‘똑같은 거짓말’을 통해 누구는 용서받을 수 있을지, 또는 누군가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연출 유현기, 극본 소현경, 이하 서영이)는 자신을 고아라고 속이고 우재(이상윤)와의 결혼에 골인한 서영(이보영)이 3년 이란 시간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언제가 밝혀질지 모르는 진실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그려졌다.
서영은 조금씩 무거워지는 진실의 무게를 느껴가고 있었다. 3년 후 판사가 돼 사랑하는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가슴 한편에 숨겨둔 ‘비밀’은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고 그렇게 그에게 조금씩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존속살해사건을 맡은 서영이 판결이 끝난 뒤 씁쓸한 마음을 감추며 길을 걷고 있던 중 “너 서영이 아니니?”라며 기자가 된 과거 친구가 다가왔고,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모습은 앞으로 서영이 수많은 거짓말을 해야 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와 함께 자신의 연인인 상우(박해진)에게 서영과 똑같은 거짓말을 한 미경(박정아)이 불안감에 무서워 떠는 모습을 보이며 대조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재벌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덤비는 남자들에게 경멸을 느껴 상우에게 고아라고 자신을 속였고, 연인으로 발전해 진지한 관계가 되자 자신의 처한 상황을 밝히려고 했다.
오빠인 우재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우재는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를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했고, 그 모습 속에서 그가 서영의 거짓말을 마주하게 됐을 때 느낄 혼란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어떨까. 부잣집 딸 미경의 거짓말과 지지리 가난해 어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속인 서영. 같은 거짓말이지만 누군가는 용서 받고, 누군가는 용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그것 자체가 ‘서영이’ 작가가 던진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아니었을까.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일까, 거짓말을 한 사람에 따라 그 거짓말을 달리 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일까. 작가가 생각한 서영에게 주어질 면죄부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아버지 삼재(천호진)가 사위 우재를 대신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다소 과장된 설정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에피소드도 있는 드라마지만,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다루는 것을 넘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가 무엇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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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서영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