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씩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왜 널 싫어한다니..’라며 측은지심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청자분들이 많아져서 기뻐요.”
짝사랑의 신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우 최윤영(26)이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를 통해 달라진 자신의 입지를 설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근 합정동에서 만난 최윤영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찬 당찬 여배우였다.
그를 신인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신인은 아니다. 안양예고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나온 그는 극단 생활을 시작으로 지난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텔레비전에서 외연을 확대해 올해 ‘코리아’로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50부작 주말극 ‘내딸 서영이’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아무래도 인지도가 아닐까 물었더니 바로 긍정한 최윤영은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2009년에 연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내딸 서영이’에서도 이정신 씨를 제외하곤 제가 연기자로선 막내”라면서 “항상 자세는 신인처럼, 그래도 연기로는 성장해서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윤영은 ‘내딸 서영이’에서 엄마(송옥숙)의 비호 아래 온실 속의 꽃처럼 자란 자타공인 마마걸 호정 역을 맡아 상우(박해진)를 향한 지고지순하면서도 어리바리한 순애보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3년 간의 유학을 마치고 또 다시 상우를 찾아와 본격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제 안에 있는 모든 순수함을 꺼내놓으려고 노력했어요. 작가님께서 ‘호정이는 철이 없고 순수하게 아무생각 없이 해야 한다’고 하셔서 표정에서 ‘생각’을 빼느라 힘들었죠.(웃음) 처음에는 쉬울 거라 생각했는지 쉽지 않더라고요. 그냥 어느 순간 ‘호정이는 순수한 어린아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고 그제 서야 좋은 평을 얻기 시작했어요. 천호진 선생님의 코치도 많은 도움이 됐죠.”
그간 맡아왔던 역할처럼 이번 호정 역할도 부잣집 딸 역할이다. 본인과 어느 정도 비슷하냐고 물었더니 최윤영은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회사원, 어머니는 주부, 언니는 군인”이라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받아들이고 예쁜 옷을 입으면서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종종 ‘내딸 서영이’의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철없는 시누이 오연서와 비교되곤 하는 최윤영. ‘넝굴당’으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인기를 얻은 오연서가 맡았던 비중과 웃음코드가 ‘내딸 서영이’에선 최윤영이 맡은 짝사랑 민폐녀에게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오연서 씨가 고등학교 후배에요. 오연서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활동을 해왔고, 학교에서 공연을 하면 ‘연기 참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곤 했죠. 주변에서 제가 ‘내딸 서영이’를 한다니까 ‘제 2의 오연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기분이 이상했어요.(웃음) 후배의 뒤를 잇는다는 느낌이 처음엔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정말 감사해요. 민폐 캐릭터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존재로 제 역할을 다 해내면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거든요. 아참 그리고 오연서 씨 정말로 응원합니다.”
조금은 무거운 ‘내딸 서영이’에 한줄기 웃음과 미소를 불어넣어주는 호정 역할에 100% 빙의된 최윤영은 인터뷰가 끝나갈 때까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면서 줄곧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무조건 연기를 오래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꼽은 롤모델도 특별하다.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보니 나이대별로 롤모델도 다르단다. 최윤영은 “20-30대는 임수정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그 이후로는 김혜수 선배님처럼 여러 변신이 가능한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 이후에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려면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보여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가 부족한 배우들을 보면 ‘저 배우 때문에 보기 싫어’라는 마음이 생기던데 저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믿고 보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딸 서영이’를 통해 보여줄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고 말하자 최윤영은 “극 초반이라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최대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여 드리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면서 “호정이가 3년 후에 음악을 그만두고 대담해진다. 재밌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며칠 전에 시청자 게시판을 봤는데 호정 역할이 너무 답답하다는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한 남자한테 매달리면서 민폐를 끼치는 모습을 자꾸 보니 짜증난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 호정이라는 친구가 순수하고 어리숙한 아이이지만 유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조금씩 용기를 내면서 사랑스럽게 변모할거니까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제 모습도 지켜봐 주세요.”
soso@osen.co.kr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