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니얼 김 객원기자] 결국 5차전에서 두 팀의 차이는 양 팀 포수였다.
경기 초반에 어렵게 3점을 뽑아낸 롯데 자이언츠는 2회 초 추가 득점을 뽑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강민호는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루킹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물론 이미 3점을 뽑아낸 상황이었지만 SK 와이번스는 5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SK를 상대로 3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SK의 조인성은 2회 말 주자 2, 3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쳐내며 2타점을 기록했다. 불과 10분 전 롯데로 급격하게 기울었던 경기 흐름을 SK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조인성의 활약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3회 초 도루를 시도하던 롯데의 황재균을 완벽한 2루 송구로 잡아냈다. 추가 득접이 절실했던 롯데의 공격 흐름을 이번에는 강한 어깨로 끊어버리는 순간이었다. LG 트윈스 시절 독특한 별명을 갖고 있던 조인성은 5차전에서 배트와 어깨로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10년 가까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지 못한 그동안의 한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경기가 바로 5차전이었다.
한편, 롯데의 강민호에게는 아쉬웠던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아니 플레이오프 5경기 전부다 아쉬웠다. 올 시즌 롯데는 강민호의 팀이었다. 작년 시즌까지 공격에 핵이었던 이대호가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롯데의 화력은 그치지 않았다. 물론 강민호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와의 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눈 부상을 당한 이후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강민호가 아니었다. 타석에서 삼진도 아쉬웠지만 5회 말 외야로 흘러간 2루 송구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물론 내야수들과의 ‘소통’의 문제였지만 내야 수비의 핵은 포수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진행 중인 포스트시즌에서도 포수의 역할이 눈에 띄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는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시내티 레즈와 맞붙은 디비전 시리즈 5차전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디비전 시리즈를 결정짓는 한방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삼진을 기록한 강민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뉴욕 양키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세인트루이스 카드널스) 4개의 모두 팀에 감독들은 현역 시절 포수 출신들이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포수의 역할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은 안방마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양 팀의 생사가 걸려있던 플레이오프 5차전의 차이는 양 팀 포수들의 어깨와 배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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