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5] '양승호 말춤‘ 꿈 깬 ’SK 싸이‘ 결승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22 21: 30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꿈꾸던 팀의 감독은 “5차전을 이긴다면 싸이의 말춤을 추겠다”라고 공언했다. 필승 의지를 다지면서 기쁜 마음을 표출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그런데 그 가수의 동명이인 상대팀 타자가 말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렸다. SK 와이번스의 박재상(30)이 천금 결승타로 팀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박재상은 22일 안방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플레이오프 롯데와의 최종 5차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3-3으로 맞선 5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우완 송승준의 3구 째를 끌어당겨 1타점 우익선상 결승 3루타로 연결했다. 5회 박재상의 결승타 포함 2점을 획득한 SK는 6-3으로 승리하며 사상 초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박재상이 롯데를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는 점. 그것도 플레이오프 5차전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만약 5차전을 승리한다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겠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엄하기보다 따뜻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앞세우는 양 감독인 만큼 선수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하나의 책략이었다.

이 경기를 지면 11월 아시아시리즈는 논외로 하고 올 시즌이 끝나는 만큼 양 감독은 “선발 셰인 유먼이 5회까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송승준을 투입할 예정이다. 5회를 넘어가면 불펜 투수들을 순서대로 올릴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3실점으로 무너뜨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양 감독의 말춤 세리머니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롯데 타선은 뒤를 이은 채병룡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쐐기를 박지 못했다. 동시에 믿었던 유먼이 2회 2실점 및 4회 수비 실책이 겹쳐 흔들리는 바람에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롯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싸이의 본명과 동명이인인 박재상의 3루타였다.
박재상은 2볼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송승준의 몰리는 공이 날아오자 지체없이 공을 당겼다. 마침 롯데 1루수는 주전 박종윤이 아니라 주전 2루수였던 조성환이었다. 강하게 당긴 박재상의 타구는 웬만한 1루수들도 어려워하는 코스로 굴러가는 우익선상 장타가 되었고 박재상은 2루에 있던 박진만을 여유있게 홈으로 불러들이며 자신은 3루까지 내달았다. 7회말 무사 1,2루에서는 3루수 황재균 쪽으로 알맞은 푸시 번트를 성공시키며 추가 득점 교두보를 놓은 박재상이다.
만약 여기서 SK가 패했다면 안방에서 상대팀 감독이 싸이의 말춤을 따라 추는 모습을 볼 뻔 했다. 그러나 박재상은 안방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천금 결승타를 때려냈다. 22일 문학의 주인공은 싸이도, 양승호 감독도 아닌 박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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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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