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잘 던졌다고 하는데 50점 밖에 못 주겠다".
선발 김광현의 난조와 함께 SK 와이번스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가물가물해 지는 가 했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되찾아온 이는 채병룡(31)이었다.
채병룡은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뒤진 2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달아오른 롯데의 방망이를 차갑게 식힌 채병룡의 활약 덕에 SK는 역전승을 일궈내고 삼성이 기다리는 대구행 티켓을 확보했다. 채병룡은 포스트시즌 첫 구원승으로 통산 5승째를 장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 5차전 MVP로 선정된 채병룡은 "특별한 각오는 없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가을야구, 딱히 긴장되는 것도 없었는데 묵묵하게 준비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리즈 MVP로 선정, 함께 인터뷰를 하던 정근우는 "채병룡이 0-3인 상황에서 올라가는 데 '더 이상 점수 안 내줄테니 점수 많이 내라'고 격려했다"고 거들었다.
이날 채병룡은 과감한 몸쪽 승부로 재미를 봤다. 그는 "원래 몸쪽 공은 자신이 있었고 조인성 선배가 두 가지 사인을 냈다. 몸쪽 그냥 들어가는 공과 깊게 들어가는 공으로 상대를 했다. 깊게 들어가니 타자가 뒤로 물러났고 그때 바깥쪽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초반 등판하자 마자 볼넷을 내주며 난조를 겪은 건 "오랜만에 마운드 올라가서 초반에는 감 잡기 힘들었다. 원래 와인드업 하고 던지는데 오늘은 세트 포지션으로 던졌다. 그랬더니 낮게 잘 들어가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사실 채병룡은 플레이오프 최종전이 돼서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못 나간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묵묵히 기다렸다. 스윙맨이 선발이 무너져야 나가는 데 기회가 없었다. 그게 오늘 기회였고 항상 준비가 돼 있다.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선 아무래도 선발로 나가고 싶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자신감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보직 가리지않고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신의 이날 투구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채병룡은 "주위에서는 잘 던졌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50점을 줄 수 있다. 코칭스태프에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동안 믿음을 못 줘서 나갈 기회가 적었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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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