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 한국시리즈를 이틀 앞둔 최형우(29, 삼성 외야수)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한 최형우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 캠프에서 열린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통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시즌 개막 이후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2군 강등을 비롯해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최형우는 타율 2할7푼1리(461타수 125안타) 14홈런 77타점 51득점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최형우는 22일 "시즌 중반부터 장난삼아 한국시리즈 MVP는 내가 받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걸 잘 알기에 팀을 잘 이끌어서 우승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형우는 "욕심이 크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때 기억은 모두 잊어 버리고 하고 싶은 것만 편안하게 할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36, 삼성) 효과에 관한 물음에 "페넌트레이스 때 (이)승엽이형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내게 찬스가 많이 왔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다를 것 같다. 누구 하나 특정 선수를 의식하기보다 모든 타자들을 다 위협적으로 느끼고 상대할 것"이라고 견해를 드러냈다.
지난해 삼성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큰 공을 세웠던 최형우는 "작년에는 2주동안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는데 올해는 무척 편하다. 모두 장난도 치면서 자기 할 것들을 착실하게 하고 있다"고 절정에 이른 팀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우승을 경험해봤고 똑같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니까 그러한 과정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형우에게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작년보다 투수들이 더 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양팀 모두 타자들이 기량 발휘를 못하는 것 같았다"면서 "어차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양팀 에이스가 다 나왔으니 어느 쪽이 올라와도 상관없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들이 4차전에나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느 팀이 올라와도 똑같다"고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잘 할 것이다". 김성래 삼성 수석 코치는 최형우의 한국시리즈 맹활약을 확신했다. 홈런왕 출신 최형우의 방망이가 되살아 난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는 한결 수월해질 듯 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