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정우람, ‘승리 보증수표’ 명성 재확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23 07: 01

타자의 손을 가리지 않는 국내 최고 좌완계투 듀오. 팀의 사상 초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승리 보증수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혔다. 박희수(29)-정우람(27)으로 이어지는 SK 와이번스의 왼손 릴리프 듀오는 역시 강했다.
박희수와 정우람은 지난 22일 안방 문학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각각 2⅓이닝 퍼펙트 홀드, 1이닝 삼자범퇴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6-3 승리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다. 박희수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0, 정우람은 4경기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으로 팀이 거둔 3승에 모두 힘을 보탰다.
사실 올 시즌 SK 투수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투구 밸런스 문제로 인해 1군 전열 합류를 다소 늦게 했고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중후반 두 달 여 간 결장했다. 검증된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는 어깨 부상으로 6월 중도 퇴출되었고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데이브 부시의 투구는 아쉬움이 있었다. 윤희상을 제외하고 선발진에 크고 작은 누수가 많았던 SK다.

그 뿐만 아니다. SK 좌완 계투진에서도 이승호가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으며 고효준은 병역 의무 이행, 전병두는 어깨 수술과 부상 재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강한 좌완 계투진을 갖췄다던 SK의 누수가 이곳저곳 컸던 만큼 박희수와 정우람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큰 시즌이었다.
그러나 양 보다 질이었다. 박희수는 올 시즌 65경기에 출장해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이틀 홀더가 된 동시에 한 시즌 홀드 신기록을 세웠다. 첫 풀타임 마무리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정우람도 53경기 2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직행팀의 마무리 노릇을 확실히 해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희수는 시즌 중반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전열 이탈하며 바라왔던 올스타전 출장 대신 TV로 꿈의 제전을 지켜봐야 했다. 정우람 또한 지난 5월 이두근 부상으로 인해 공을 던지지 못해 박희수가 대신 마무리를 맡는 일도 벌어졌다. 정우람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그 답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픔은 더욱 그들을 강하게 단련했다. 팔꿈치 부상을 털고 돌아온 박희수는 후반기 SK의 원동력이 된 동시에 2006시즌 권오준(삼성)이 세웠던 32홀드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제 위력을 확실히 떨쳤다. 정우람도 마지막 경기에서 자기 공을 유감없이 던지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이 달린 경기를 승리로 매조졌다. 마지막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박희수와 정우람은 그 흔한 출루 한 번 없이 롯데 타선을 막아냈다.
한국시리즈 상대인 디펜딩 챔프 삼성은 분명 강한 팀이다. 선발진에 10승 투수만 4명이며 승운이 없던 윤성환의 페이스도 굉장히 좋다. 선발진 구색도 확실한 데다 정현욱-안지만-오승환 등이 버틴 계투진의 무게감도 대단하다. SK도 분명 강한 팀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소모한 체력 열세 면을 무시할 수 없고 냉정히 봤을 때 선발진의 무게감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는 노력이나 자기 관리, 투구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박희수와 정우람은 오히려 저평가된 면이 더 많은 선수들이다.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필요할 정도로 공헌도가 높은 박희수-정우람 ‘승리 계투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위력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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