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래 좀 한다는 남자들은 '그'의 노래를 모두 불러봤을 것이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남자는 바로 조장혁.
'중독된 사랑', '러브'는 15년 전 공개돼 지금까지도 많은 남성들의 18번으로 각광받고 있는 곡이다. 낮지만 허스키하고, 애잔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마성의 목소리를 4년만에 다시금 들을 수 있게 됐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조장혁은 지난 11일 4년 만에 디지털 싱글 곡 '아직은 사랑할 때'를 들고 나왔다. 이 곡은 지난 2003년 발매했던 5집 앨범에 수록됐던 곡이지만 대중들에게 선보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소중한 사연이 담긴 곡이기에 더더욱 숨겨둘 수만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말.

그는 요즘 다시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검증된 가수들만 출연할 수 있는 MBC '일밤-나는가수다2'에서 치열한 경쟁 중이기 때문. 4년 만에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합정동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중후하면서도 부드럽게 첫 인사를 건넨 뒤 4년만에 발표한 곡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벌써 데뷔 17년차네요. 4년만에 곡을 발표하니까 기쁜 마음이 커요. '나는 가수다'를 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져줬어요. 이 기회에 소중했던 제 지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2003년에 냈던 곡을 리메이크 해서 내는 거예요. 이번에는 워밍업이랄까. 오는 12월에 제대로 된 미니 앨범을 내려고 해요."
그의 말대로 그는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또 4년 전 무슨 이유로 음악과 잠시 멀어졌는지도.

"그냥 이것저것 사업도 해보고 음악과는 관계가 없는 일들을 하고 지냈어요. 4년 동안 주변의 권유 도 있었고 제 스스로 갈증이 심해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음악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당시에 믿었던 매니저가 배신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 일로 많은 돈을 배상해야하는 일도 생겼죠. 난 그저 음악이 좋아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음악은 나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구나해서 음악에 대한 정이 떨어졌었어요."
아픔을 딛고 다시금 음악 곁으로 돌아온 그가 특별히 '아직은 사랑할 때'를 선택한 이유는 확실했다. 다른 어떤 곡보다 사연이 있어 소중한 곡이기 때문.
"그 때 당시 헤어졌던 여자가 있었어요. 지금은 제 집사람이 됐지만요.하하 헤어졌을 당시에 쓴 곡이에요. 다시 사랑할 때구나 그런 느낌이 물씬 담긴 곡이죠. 그 곡을 발표하고 다음 해에 결혼하게 됐어요. 결국 이 곡이 계기가 된거죠. 그러다보니 이 곡에 대한 애정도 있고, 소중한 곡을 대중과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아내는 이 사연을 잘 몰라요. 제가 무뚝뚝해서 내색을 잘 하지 않거든요."
신곡 '아직은 사랑할 때'를 들어보니 조장혁의 개성인 허스키하고 감성이 짙은 음색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4년이라는 세월은 지났지만 가수 조장혁은 변하지 않아 반가움을 더했다.
"기존 팬들이 굉장히 반가워하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화려한 편곡보다도 음악 자체만 잘 표현할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간단한 것이 좋거든요. 물론 편곡할 때 요즘 스타일로 스트링 넣고 화려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이런 간단한 편곡이 좋아요.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무리 뛰어난 가수라도 '나는 가수다' 무대에 오르면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 이미 최고의 가수인 조장혁에게 '나는 가수다'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나는 가수다' 덕에 정말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사실,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에 이제 많은 의미를 부여해요. 하하. 그럼 됐죠 뭐. 욕심은 많지 않아요. 저같은 경우에는 시청자의 성원에 힘입어 떨어졌다가 올라간 거니까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한 가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말이 없는 신비로운 가수 조장혁이 아닌 편안함을 주는 동네 이웃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것. 그 역시도 "이제 소통할 것"이라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 항상 나는 똑같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신비로운 이미지가 생겼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는 제가 스스로 다가가고 소통하면서 옆집 이웃같은 편안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제는 제가 다가가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숨는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제 음악을 알아주지 않잖아요. 제 안에 개그감이나 그런 것은 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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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