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첫날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무대, 정갈한 분위기 속 톡톡 튀는 기발함 '눈길'
2013년 봄, 여름을 미리 보는 서울패션위크 2013 S/S 컬렉션의 첫날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제너레이션 넥스트(GN)’의 4차례 쇼를 한 마디의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들이 제시한 트렌드를 압축하자면 ‘정갈함’과 ‘기발함’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경력 5년차 이하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선 늘 고정된 ‘트레이드 마크’보다는 무릎을 치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욱 눈에 띈다.
이번에도 하나의 런웨이 안에서조차 여러 가지 다채로운 시도가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없이 정갈하다가도 톡톡 튀는 기발함이 속속 눈을 사로잡았다.
▲이재호-제이호 옴데스프릿

디자이너 이재호는 ‘공존(coexistence)’이라는 콘셉트로 별과 별을 이어 주는 경계선(edge)에서 의상을 착안했다고 밝혔다. 환상적인 주제이지만, 하늘의 ‘별자리’가 연상시키는 이미지처럼 심플하고 정갈한 느낌 또한 잃지 않은 컬렉션이었다.
스카이 블루와 핫핑크 등 정장풍의 남성복에서는 선뜻 쓰기 어려운 컬러가 강렬한 포인트를 이뤘으며, 그러한 비비드 컬러를 다양한 무채색의 패턴들이 감싸주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강렬한 포인트 컬러와 독특한 소재에 비해 옷의 실루엣은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것들이 많아, 쇼에 참석한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경민-스니저 퍼레이드

‘소녀시대 의상 디자이너’로 유명한 ‘스니저 퍼레이드’의 김경민은 최근 인기몰이 중인 1990년대의 추억에 주목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꾸고 있던 시기이도 한 이 때, 젊은이들은 요란한 상표와 자극적인 컬러의 옷에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는 스케이트 보드를 옆에 끼고 다녔다고 회고한다.
이날의 쇼는 하위문화(subculture)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 김경민이 이러한 1990년대를 새롭게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결과물로 보였다.
흑인과 백인으로 구성된 모델들은 체크무늬와 기하학적 패턴이 뒤섞인 화려한 컬러의 의상에 야구 모자나 후드를 눌러쓰고 당당히 런웨이를 활보했고, 즉석 댄스까지 추는 여유를 보였다. 커다란 포켓이 달린 재킷과 펑퍼짐한 반바지가 대표적이다.
▲이학림-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이학림의 런웨이에서 시간은 1990년대보다 조금 더 과거로 이동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펑크와 로큰롤 문화에 주목해,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시도했다.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강렬한 컬러가 곳곳에 들어갔으며 빈티지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점은 일본 하라주쿠 시내를 거니는 펑크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과거를 추억하는 컬렉션답게 밝고 쾌활하다기보다는 기발하고 도발적인 가운데서도 어딘지 처연하고 외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학림 디자이너는 스스로 이 쇼의 콘셉트를 ‘The forgotten boys(잊힌 소년들)’이라고 밝히며 전쟁, 파괴, 외로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황재근-제쿤 옴므

레이디 가가의 일명 ‘생고기 드레스’를 만들고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3’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디자이너 황재근은 이번에는 특유의 기발함과 정갈함이 잘 조화된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콘셉트는 ‘테일러링 힙합(tailoring hip hop)’으로, 클래식 슈트와 힙합이라는 상반된 소재의 믹스가 관건이었다.
황재근 디자이너는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은 모델에게 바이크 헬멧을 씌우거나, 블랙&화이트의 멋스러운 슈트에 금속 디테일의 벨트를 느슨하게 채우는 방식으로 클래식 슈트를 자유롭게 변주했다. 언뜻 보면 특유의 파격적인 요소가 줄어든 것 같지만, 의상 하나하나를 뜯어볼수록 상반되는 주제를 한 곳에 녹이기 위해 애쓴 디자이너의 생각이 배어있는 점이 흥미롭다.
yel@osen.co.kr
서울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