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런웨이의 주인공은 당연히 ‘의상’이지만, 의상만 달랑 걸치고 나오는 모델보다는 뭔가 ‘+α’가 있는 모델을 기대하게 된 시점 말이다.
서울패션위크 2013 S/S 컬렉션의 첫날인 22일,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찾은 관객들 또한 이 같은 기대를 했다. 디자이너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빈 손’의 모델도 물론 많았지만, 간간이 눈에 띄는 독특한 소품 활용의 예가 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재호 디자이너의 ‘제이호 옴데스프릿’의 모델들은 한쪽 손에 강아지풀처럼 보이는 풀을 꺾어 들고 나왔다. 판타지의 요소가 강한 주제에 쉽게 자연주의적인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이 초록빛 포인트는 아주 작고 가벼움에도 런웨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경민의 ‘스니저 퍼레이드’에선 19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화려한 스케이트보드가 모델들의 파트너로 등장했다. 당장이라도 옆으로 돌아서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모델들이 굴러갈 것만 같은 스릴과 역동감을 느끼게 했다.
모델의 얼굴을 완전히 덮은 바이크 헬멧(황재근, ‘제쿤 옴므’)은 시크한 양복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몰며 출근하는 신세대 직장인의 경쾌한 출근길을 연상하게 한다. 불투명한 블랙의 헬멧 컬러와 스카이 블루 셔츠가 어울려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디자이너 이학림의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쇼에서도 헬멧처럼 얼굴을 완전히 덮는 방독면이 등장했다. 또 유럽의 왕실 병사를 연상시키는 검고 거대한 모자 또한 복고적이면서도 기이한 콘셉트에 힘을 실었다. 브랜드의 이름과 어울리는 빨간 전자 기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카키, 레드가 돋보이는 자유로운 의상은 기타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소품의 덕을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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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