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명 당시)내 배구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들 사이에서 이진화(21, 수원시청)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원래 하얀 편인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린 것은 전체 2순위로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였다. 도통 실감이 나지 않아 지명이 됐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오전 서울 리베라 호텔 몽블랑홀서 2011-2012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총 25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드래프트에서 '재수생' 이진화는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2009-2010시즌 미지명자 자격으로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이진화는 자신의 지명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지명받은 후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첫 소감도 "사실은 신인이 아니라 미지명 3년 된 중고신인이다. 많이 떨려서 손에 땀나고 긴장이 된다"는 이실직고였을 정도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팀에 들어가서 운동을 해봐야 그제야 실감이 날 것 같다. 떨리고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고, 실업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신인선수의 기분을 마음껏 누린 이진화는 "신인왕보다는 주전으로 계속 뛰고 싶은 욕심이 크다. 실업팀에서 배운 배구 센스를 살려 서브와 리시브를 보완해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감격의 순간, 이진화는 3년 전 미지명으로 돌아서야했던 드래프트의 기억을 떠올렸다. "내 배구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본 이진화는 "프로에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배구를 (계속)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즐겁고 좋았다. 프로팀과 연습경기도 많이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희옥에 이어 이진화까지, 미지명에서 프로팀으로 입단하는 '인생 역전' 선수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진화는 "드래프트에서 떨어졌다고 실망하지 말고 어디가서든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3년 전 자신처럼 미지명된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한 마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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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