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KBS 2TV 월화극 '울랄라 부부'가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월화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있다.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와 시청률 1위를 탈환한 MBC '마의'의 공세로 주춤하긴 했지만, '울랄라부부'는 22일에도 시청률 11.5%(AGB 닐슨, 전국 기준)로 지난주와 비슷한 수치를 유지해 변함없는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울랄라 부부'의 인기와 함께 주목받는 것은 김정은-신현준 두 베테랑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공감을 자아내는 신현준의 섬세한 아줌마 연기, 남자보다 더 남자같아 웃음을 유발하는 김정은의 마초 연기는 단연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울랄라부부' 표 코미디의 힘은 두 배우의 연기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배우가 브라운관을 누빌 수 있도록 받쳐주는 드라마 자체의 엉뚱하고 다양한 설정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울랄라 부부'에는 유난히 초현실적인 설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전생, 분신, 회상, 신적 존재 등 기존의 드라마에서 한꺼번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설정들은 '영혼체인지'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기본 설정에 신선함을 부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나오는 고수남(신현준)과 나여옥(김정은)의 전생은 부부의 끈질긴 인연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긋지긋한 현실과는 다른 낭만적 사랑을 그려내며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게이샤와 독립군으로 등장하는 두 캐릭터가 비장한 표정으로 진지한 연기를 선보일 때 시청자들은 이들의 코믹한 평소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게 된다.
갈등의 상황마다 등장하는 나영옥의 분신 역시 캐릭터의 가감 없는 속마음을 보여줌으로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물한다. 지난 16일 방송분에서는 첫사랑 장현우에게 굴욕적인 부탁을 하는 나영옥 앞에 나타난 분신이 야구 방망이로 장현우를 치는 모습이 그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는 분신의 등장은 이것 저것 참고 살아야 할 일이 많은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요소이다.
복고적 코드가 담겨 있는 회상신 역시 '울랄라 부부'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1997' 등의 유행으로 복고열풍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울랄라 부부' 또한 부부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신에서 복고코드를 차용했다. 시청자들은 회상신에 등장하는 순수하면서도 촌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지'하고 미소를 짓게 된다.
만화와 같은 설정도 '울랄라 부부'에 특유의 유쾌함을 부여한다. 배우 변희봉과 가수 나르샤는 각각 월하노인, 무산신녀로 등장한다. 월하노인은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신이고 무산신녀는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을 관장하는 신이다. 이들은 부부가 티격태격 다투는 순간을 지켜보기도 하고, 때로는 개입하기도 하며 둘의 관계를 돕는다. 결정적으로 둘의 몸이 바뀌게 된 것도 월하노인의 계략이다. 지붕 위나 포장마차 등 엉뚱한 장소에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신적 존재는 전래동화나 만화를 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한다.
'울랄라 부부'가 차용한 다양한 설정들은 절제없이 마구 사용했을 때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낳을 수 있는 요인들이다. 과거 과한 귀신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었던 SBS 주말극 '신기생뎐'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울랄라 부부'는 드라마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요소들을 비교적 적절하게 버무려 놓아 재미를 준다. 이것이 도입부를 끝내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 '울랄라 부부'의 후반부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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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부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