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없다".
이천수(31)가 지난 21일 전남의 홈구장인 광양 축구전용구장을 찾았다. 이천수는 경기장 입구에 서서 팬들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이천수를 지켜보는 전남과 여러 관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할 뿐이다. 지금까지 관건이 되어 온 '진정성'이 아직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천수는 경기 시작 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 사과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불과 30분이 안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맥락상 이천수의 사과는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것이 전남의 입장이다. 또한 이천수가 전남의 시즌 잔여 홈경기마다 방문한다고 했는데 불과 2경기밖에 되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남과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천수의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이천수의 잦은 언론 접촉이다. 전남은 유난히 많아진 이천수의 K리그 복귀 의사 보도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 당사자들끼리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 데 동정 여론으로 자신들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앞에서만 반성하는 이천수에 대한 전남의 반감은 예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무색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천수의 광양 방문이 결코 '깜짝 방문'이 아니었다는 점이 전남은 못마땅하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천수의 광양 방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당시 광양에 내려온 취재진들에게도 이천수의 광양행은 '깜짝'이 아니었다. 전남 구단만 사전에 몰랐던 일이다. 결국 전남은 취재진과 같이 온 이천수에 대해 '또 다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전남은 이천수의 광양행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천수와 전남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일부 팬들이 전남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은 이천수와의 문제를 팬들이 '용서한다. 안한다'로 보고 있지 않다. 구단과 문제를 일으킨 만큼 이천수와 풀어야 할 일로 인식하고 있다. 이천수는 팬들에게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전남에 직접 사과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뺨 맞은 사람의 심정을 맞은 이가 잘 알까? 아니면 옆에서 구경하는 이가 더 잘 알까? 또한 뺨을 때린 이는 맞은 이에게 사과를 해야 할까? 아니면 옆에서 구경하던 이에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 전남의 시각이다.
K리그 복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이천수. 팬과 더불어 전남에도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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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