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말했던 한국시리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아픔을 씻어내려는 박희수(29·SK)의 눈매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박희수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65경기에 나가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다. 특히 34홀드는 2006년 권오준(삼성·32홀드)를 넘어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쓰는 대기록이었다. 박희수의 등판은 그 자체로 SK팬들에게는 희망을, 상대 팬들에게는 좌절을 의미했다. 그동안 무명의 설움을 곱씹었던 아픔을 이겨낸 성과라 더 값졌다.
박희수의 당초 목표는 25홀드였다. 25홀드 자체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1군 무대에서 활약해야 함은 물론 좋은 투구 내용이 동반됐을 때 가능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생각대로 술술 풀렸다. 올 시즌 자신이 세웠던 목표는 달성한 모양새다. 하지만 박희수는 “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박희수에게 한국시리즈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대였다. 2010년까지는 두터운 SK 불펜을 뚫어내지 못하고 주변인 신세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데뷔를 가졌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2차전 당시 0-0 상황에서 등판한 박희수는 2사 만루에서 배영섭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에서도 1이닝 2실점했다. 그토록 꿈꿨던 무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박희수는 사뭇 비장하다. 홀드 신기록을 세웠을 때부터 “올해 세운 목표는 다 이뤘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이 남았다”며 일찌감치 한국시리즈를 정조준한 박희수다. 지난해 부진을 씻어냄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한 자신을 확인한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팀으로서도 막강한 삼성 불펜의 대항마인 박희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저력을 선보였다. 2차전에서 동점타를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4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5탈삼진 평균자책점 0으로 SK가 승리한 3경기에서 모두 홀드를 챙겼다.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는 2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으며 롯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체력적으로 힘들 만한 상황이지만 때로는 의지가 초인적인 힘을 유도하기도 한다. 박희수의 이글거리는 의지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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