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절실했던 윤희상, 1년 전 아쉬움 씻어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4 06: 26

떨리는 순간이었다. 데뷔 이후 첫 한국시리즈 등판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그 떨림은 이내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어깨에 통증이 몰려왔다. 급기야 더 던지면 탈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을 머금고 벤치에 “못 던지겠다”라고 했다. 그렇게 윤희상(27·SK)의 첫 한국시리즈 등판은 단 1이닝 만에 끝났다. 허탈한 순간이었다.
윤희상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용조용한 말투에도 곳곳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윤희상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1경기씩 나서 호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2차전이 문제였다. 선발투수로 나선 윤희상은 1회 투구 도중 오른쪽 어깨에 이상을 느꼈다. 1회는 어떻게 잘 막았지만 더 이상의 투구는 불가능했다.
자진 강판이었다.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팀도 윤희상의 조기 강판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쉽게 졌다. 잘 싸웠기에 윤희상이라는 이름 석 자가 더 아쉬웠다. 당시를 회상한 윤희상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시리즈 선발의 기회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 당시의 아픔은 새로운 목표를 만드는 근사한 계기가 됐다. 윤희상은 “한국시리즈 등판은 캠프 때부터 목표였다. 꼭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이만수 SK 감독은 23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로 윤희상의 이름을 호명했다.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에서 팀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윤희상은 ‘히든카드’ 혹은 ‘조커’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올 시즌은 명실상부한 ‘에이스’의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올 시즌 윤희상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팀 선발진의 버팀목으로 자리했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고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기록했다. 이만수 SK 감독이 뽑는 팀 내 ‘투수 MVP’이기도 하다.
새로운 ‘가을 사나이’로의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해 활약에 이어 올해도 좋은 흐름이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윤희상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승리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주눅 들지 않는 투구내용으로 큰 무대 체질을 확인했다. 윤희상은 경기 후 “매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밝게 웃었다.
그토록 바랐던 기회인만큼 후회는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완급조절보다는 전력으로 던지겠다는 의지다. 올 시즌 삼성전에서도 강했다. 4경기에 나서 1승1패 평균자책점 0.99로 삼성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심리적인 안정을 도울 수 있는 기억이다. 지난해 윤희상의 발목을 잡았던 어깨에도 문제가 없다. 이제 자신이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주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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