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실감이 난다. 기다리는 게 지루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이 10년만의 한국시리즈 앞두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승엽은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연습을 마친 뒤 "기다리는 게 지루했다. 빨리 경기를 하는 것이 낫다. 몇 차전까지 갈지 모르니 7차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지금 컨디션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부상 부위가 없고 체력도 좋다. 이제 한국시리즈라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이승엽에게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유명한 2002년. 당시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에서 이상훈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포효했다. 이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워낙 부진했다. 내가 빨리 쳤으면 일찍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제로 그해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이승엽은 21타수 3안타 타율 1할4푼3리 1홈런 4타점으로 부진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40경기 141타수 37안타 타율 2할6푼2리 12홈런 29타점으로 타율이 낮을 뿐 홈런·타점은 준수하다. 다만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큰 경기 중심타자들이 가져야 할 숙명이다.
누구보다 단기전 경험이 많은 이승엽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중심타자들은 단기전에서 집중 마크를 당하기 때문에 빵빵 터지기 쉽지 않다.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찬스도 적게 올 것"이라며 "설령 잘 못 치더라도 풀죽지 않겠다. 삼진 당하고 범타로 물러나도 당당하게 플레이하겠다. 볼넷이든 실책이든 베이스에 나가면 도루도 하고, 1루에서 짧은 안타가 나오면 홈까지 달릴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SK 이만수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에도 "나 역시 깜짝 놀랄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몸 상태도 완벽하다. "시즌 중반부터 허리빼고 무릎·햄스트링·손가락·어깨 등에 통증이 찾아왔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몇 경기에 나오지 않고 치료에 전념해서 많이 회복됐다"고 자신했다.
이승엽은 "과정을 막론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지금까지 예상대로 잘 됐지만,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그동안 많이 기다리며 연구했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홈런 한 방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았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실투가 많이 안 나온다. 큰 것을 치면 분위기가 반전이 될 수 있겠지만, 뒤에 4~5번 좋은 타자들이 있기 때문에 짧게 치면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도 "주자 없을 때 상황을 보고 크게 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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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