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팀이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은 지난 2002년 이후 10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2002년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LG를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꺾고 창단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승엽은 2003년 SK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고, 8년간 그곳에서 활약한 뒤 올해부터 친정팀 삼성에서 다시 뛰고 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달라진 팀컬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승엽은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팀이다. 2002년 삼성은 타선이 정말 강하고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주루를 중심으로 지키는 야구가 된다. 공격력은 그때보다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짜임새는 지금이 더 좋지 않나 싶다. 지금의 팀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마운드의 높이와 짜임새가 나아졌다는 게 이승엽의 생각이다.

2002년 삼성은 박한이-강동우-이승엽-마해영-양준혁-브리또-김한수-진갑용-박정환으로 이뤄진 피할 수 없는 초강력 타선을 자랑했다. 팀 타율(0.284)·득점(5.8점)·홈런(191개) 모두 리그 전체 1위. 팀 평균자책점도 1위(3.92)에 올랐으나 삼성의 기본적인 팀컬러는 화끈한 방망이였다. 1점을 지키는 야구보다 1점을 더 내는 야구를 추구했다. 그 중심에 이승엽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삼성의 컬러는 '무너지지 않는 야구'다. 올해도 삼성은 팀 타율(0.272)·출루율(0.353)·장타율(0.389)·득점(4.7점) 1위에 올랐지만, 팀 홈런은 3위(89개)로 타선의 강력한 파워는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 1위(3.39)의 탄탄한 마운드에 리그 최소 실책(67개)을 자랑하는 수비진이 지키는 야구를 완성했다. 몇 점만 내도 쉽게 이긴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불펜의 힘이다. 2002년 삼성은 마무리 노장진에 대한 의존도가 짙었다. 마무리임에도 127⅓이닝으로 규정이닝에 근접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 외에도 정현욱·안지만·권혁·심창민 등이 중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실제로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유일의 2점대(2.82).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는 62승4패로 승률이 9할3푼9리에 달한다.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72승2패 승률 9할7푼3리.
이승엽은 10년 전과 달라진 점으로 우승 경험도 꼽았다. 그는 "10년 전에는 우승을 한 번도 못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승 경험이 많은 팀"이라고 했다. 2002년 삼성은 20년간 묵은 한국시리즈 우승 숙원에 짓눌린 시절이었지만 이후 2005·2006·2011년 3차례 우승을 더한 삼성은 이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더 이상 큰 경기에 움츠러드는 삼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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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