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스무 살이 된 배우 윤서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무명의 설움을 겪지 않고 단박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급으로 발탁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윤서는 내달 첫 방송되는 SBS 새 일일드라마 ‘가족의 탄생’에서 두 번째 여자 주인공 마예리 역을 맡으며 배우 인생에 첫 번째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다.
명지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윤서가 배우의 꿈을 키운 건 2년 전 부터다. 성남예술고등학교에서 연극을 접하고 뮤지컬과에서 공부하며 무대를 알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접한 무대는 윤서에게 연기 욕심을 샘솟게 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가수였는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TV 나오는 가수들을 따라하다 뮤지컬 학과에 들어가게 됐고,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연극을 했는데 관객들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걸 느끼는 모습에서 짜릿함을 경험했어요. 그때 가수가 아닌 배우의 길을 걷자고 다짐했죠.”


배우로 진로를 결정한 윤서가 택한 다음 행보는 오디션 도전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현재의 소속사에서 연 대형 오디션이었고 이 또한 단번에 통과돼 열여덟 살 나이에 지금의 소속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트레이닝에 전력투구 했고, 이때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 온 발레와 현대무용이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낸 윤서는 ‘가족의 탄생’ 오디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일드라마 공개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임했어요. 이후 감독님과 몇 차례 더 미팅하면서 저를 어필하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반응은 썩 좋지 않았어요. 극중 캐릭터가 열여덟 살의 나이에서 스물다섯 살로 점프하는데 제가 스무 살이다 보니 다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하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또 성숙한 매력도 있음을 알리려고 애쓴 결과 결국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어요.”
조역을 비롯해 단역조차 해 본 적 없는 윤서에게 지상파 드라마 주역 발탁 소식은 그야말로 로또 당첨과도 같았고,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또한 남달랐다.
“엄마랑 같이 있다가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실감이 안 나서 사실 말을 잘 못했어요. 정말 좋아하시던 부모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뮤지컬학과에 적을 둔만큼 주변에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의 반응은 첫 번째로 ‘너무 신기하다’ 였어요.”

윤서가 극중에서 맡은 마예리 역할은 자기중심적이고 질투심도 강한 전형적인 두 번째 여자주인공 캐릭터. 윤서는 극중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 이규환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드러내며 배우 이소연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얄밉고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윤서의 몫이기도 하다.
“못된 캐릭터가 맞는데, 제 배역이다 보니 저에게는 귀여운 면이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아요. 예리가 왜 이렇게 밉게 됐는지 이유가 있을 테니 곰곰이 따져보려고요. 사랑스러운 면도 분명히 있으니까 너무 미워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첫 촬영이 10월 말로 예정돼 있는 만큼 함께 출연하는 이규환·이소연과는 아직 만남을 갖지 못했다. 밤새기가 일쑤는 악명 높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지만 윤서는 “잠을 못 자도 좋을 것 같다”며 첫 촬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여기에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연기 트레이닝 또한 혹독하게 받고 있음을 털어놨다.
“2년 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제 안의 보석을 이제 꺼내보여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연기력이 쌓이고 기회가 된다면 명성황후 역할을 꼭 연기해보고 싶어요. 롤모델로 누군가를 찍어놓진 않았지만 다양한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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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