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황선홍(44)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포항은 지난 20일 열린 경남 FC와 '2012 FA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승리였다. 박성호(30)가 연장 후반 15분 헤딩으로 골을 터트린 것.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기 직전이었다.
박성호의 득점 직후 황선홍 감독은 박성호에게 달려가 안겼다. 황선홍 감독과 박성호 모두 이번 우승은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은 황선홍 감독에게는 사령탑 데뷔 후 5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고, 박성호에게는 프로 데뷔 11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당일 울음을 터트렸던 자신 만큼 박성호도 뜻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연장 후반 15분에 터진 무엇보다 극적인 결승골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박성호를 교체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경기 양상 자체가 생각과 달랐던 만큼 섣부르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긴 볼이 많았기 때문에 전방에서 싸워 줄 선수가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박성호 카드를 계속 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황 감독은 "나도 공격을 해봤다. 기회가 잘 안 주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주어져도 골로 연결하는 것이 힘들다"면서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골을 넣었다. 박성호 본인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듯 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성호의 골은 포항은 물론 황선홍 감독에게 천금과 같았다. 황 감독은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방을 터트려줬다. 승부차기로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페널티킥 순번도 짜 놓지 않았었다"며 "프리킥이 주어졌지만 세트피스에서 상대의 대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골을 터트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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