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안타깝게 강판했던 아픔을 완벽하게 씻지 못했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유일한 10승 투수 윤희상(27)이 선발로서 자기 몫을 해내고도 아쉬운 타선 지원 속 완투패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윤희상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 동안 108구 5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4개) 3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잘 던진 윤희상에게 돌아온 것은 1-3 경기 완투패 주인공이라는 불운이었다.
지난해 10월 26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어깨 통증으로 인해 단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기록만을 남기고 강판했던 아픈 기억을 지닌 윤희상. 윤희상은 전날(23일)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0.96으로 내실있는 활약을 펼친 투수다. 그러나 1회말 윤희상은 이승엽에게 커다란 기록을 내주며 선실점했다.

1회말 1사 후 정형식을 풀카운트 끝 볼넷 출루시킨 윤희상은 이승엽에게 좌월 선제 투런을 내줬다. 볼카운트 1-1에서 결정구로 꺼내 든 3구 째 포크볼(129km)이 다소 밋밋하게 몰렸고 이승엽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밀어쳤다. 이승엽에게는 한국시리즈 기준 10년 만의, 연타석 홈런이자 3636일 만의 아치였다.
3회말 윤희상은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우전 안타, 배영섭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2사 2루 위기에 몰린 뒤 투런 주인공 이승엽을 고의 볼넷으로 거르고 4번 타자 박석민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윤희상은 박석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피했다.
6회말 삼성 공격에서 윤희상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이승엽의 볼넷과 박석민의 몸에 맞는 볼 이후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가 중견수 김강민의 호수비 덕택에 범타 처리되었으나 박한이가 중견수 방면 깨끗한 안타를 때려내며 2사 만루로 몰렸다. 그러나 윤희상은 조동찬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퀄리티스타트로 제 몫을 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윤희상은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를 내준 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재차 위기를 맞았다. 배영섭의 중전 안타성 타구는 2루수 정근우가 잡아내며 내야안타로 막는 듯 했으나 3루에 안착했던 대주자 강명구가 그대로 홈까지 파고들며 윤희상의 3실점 째를 이끌었다. 3루 오버런이 되었으나 2루수 정근우의 3루 송구를 틈 타 곧바로 홈으로 달려든 강명구의 센스에 당한 윤희상이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SK의 타선 지원. SK는 4회초 2사 3루에서 이호준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뽑았을 뿐 그 외에는 윤희상을 도와주지 못했다. 삼성이 리드를 바탕으로 페넌트레이스보다 두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펼쳐 SK 타선을 묶었다. 윤희상은 막판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에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으나 타선은 윤희상을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윤희상의 완투패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5차전 계투로 나섰던 채병룡을 활용하지 못하고 데이브 부시, 박정배를 제외하면 초반 맙업맨을 쓸 수 없던 상황에서 윤희상은 5이닝 이상은 물론 플레이오프 5경기로 인해 체력 소모가 높았던 계투 요원들에게 휴식을 제공했다. 윤희상의 완투패는 졌지만 분명 아름다운 활약이었다.
한편 윤희상의 한국시리즈 1차전 완투패는 역대 포스트시즌 15번째이자 한국시리즈 9번째 완투 기록이다. 단기전인 만큼 계투를 당겨쓰는 현상이 많았던 현대 야구에서 윤희상은 자기 몫 이상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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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