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팀은 패했지만 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던 그 감은 살아있었다. SK 부동의 리드오프 정근우(30)가 분전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정근우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2루수 겸 1번 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4할4푼4리(18타수 8안타) 3도루 출루율 5할2푼4리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를 거머쥔 정근우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삼성을 괴롭혔다.
첫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정근우는 0-2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윤성환이 연거푸 던진 커브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정근우는 끈질기게 공을 골라내며 결국 1루에 나갔다. 3회까지 적극적이고 빠른 승부를 펼치던 SK 타자들과는 다른 패턴이었다. 정근우는 이 타석에서 SK 타자 중 가장 먼저 6개 이상의 공을 봤다.

이후에는 발이 빛났다. 2번 박재상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자 정근우는 최정의 타석 때 초구부터 과감히 스타트를 끊었다. 1회 박재상의 도루를 잡아냈던 삼성 포수 이지영이 황급히 2루로 공을 던졌으나 오히려 2루수 키를 넘겼고 정근우는 3루까지 진루할 수 있었다. 공이 뒤로 빠진 것을 보고 저돌적인 대시로 3루까지 내달린 기민함이 돋보였다. 정근우이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정근우는 이후 이호준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끈질긴 승부가 돋보였다. 윤성환의 공을 6개나 본 끝에 결국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쳐 좌익수 앞으로 공을 보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뽑아낸 안타였다. 타격감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7회 1점을 더 내줘 1-3으로 뒤진 8회에도 선두 타자로 나와 삼성의 필승계투요원 안지만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쳤다. 역시 슬라이더를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잡아당겼다. 팀은 끝내 패하며 정근우의 활약은 빛이 바랬지만 어쨌든 좋은 타격감을 보여줌으로써 2차전에 임하는 SK의 발걸음을 그나마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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