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하면 믿음직한 장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부모의 기대에 보답할 것 같은 모습.
류중일 삼성 감독은 24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이승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승엽이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본인이 얼마나 부담을 느낄까. 그리고 승엽이 같은 선수는 경험이 풍부하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게 류 감독의 생각.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네 차례 자체 평가전을 통해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3타점 3득점 1도루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결과와는 달리 굉장히 안 좋다. 이제 2일 뒤 한국시리즈가 열리는데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고 큰 부상없이 견뎌왔기 때문에 실력보다 좀 더 마음을 다잡을 생각이다".

조금은 우쭐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자신을 낮췄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만 내세웠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번트는 물론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갈 각오도 내비쳤다.
이승엽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제 투런포를 터트리며 사자 군단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3번 1루수로 선발 명단에 포함된 이승엽은 1회 1사 1루 상황에서 SK 선발 윤희상과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포크볼을 받아쳐 좌월 투런 아치로 연결시켰다. 비거리 105m.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동점 스리런 이후 3636일만의 홈런이었다. 아울러 10년의 터울을 두고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이다.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홈런은 2003년 10월 4일 SK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13번째 홈런을 터트린 이승엽은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함께 이 부문 최다 기록 타이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밀어쳐 홈런을 생산했다는 건 이후 경기에서 이승엽의 방망이가 더욱 달아오를 징조이기도 하다. 언제나 의젓한 맏이같은 이승엽의 한 방은 9회말 끝내기 홈런 만큼이나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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