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득점권 타율 9타수 무안타로 0. 게다가 그로 인한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인해 위축된 감이 컸던 4번 타자다. 비록 팀은 패했으나 오랜만에 득점권 찬스를 성공시키며 부담의 탈을 벗었다. 올 시즌 3할타 4번 타자로 회춘했다는 평까지 받았던 이호준(37, SK 와이번스)이 3볼에서 실투가 나오자마자 그대로 공략하는 적극성을 보여주며 슬럼프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호준은 2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0-2로 끌려가던 4회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만회점을 올렸다. 비록 팀은 1-3로 패했으나 이호준이 영패를 모면하는 타점을 올렸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올 시즌 이호준은 3할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노쇠화라는 평까지 받았던 전력을 단숨에 무색하게 했다. 고민거리였던 4번 타자 자리까지 제대로 지키며 SK의 플레이오프 직행에도 힘을 보태며 FA 자격 재취득을 앞두고 부활했던 이호준이다.

그러나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이호준은 1할1푼1리 빈타에 그쳤다. 특히 득점권 9타수 중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해결사로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이호준인 만큼 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
1차전을 앞두고 이광근 수석코치 또한 이호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부진이 이어지다보니 선수 본인이 위축된 감도 크다. 어차피 삼진이나 땅볼이나 아웃이니 4번 타자 답게 자신있는 스윙을 해야 할 텐데”라며 혀를 찬 이 수석. 그러나 이호준은 1차전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만들었다.
2사 3루 득점권 상황에서 이호준은 상대 선발 윤성환의 4구 째를 받아쳐 2루수 조동찬이 잡지 못하는 코스로 타구를 보내며 3루에 있던 정근우를 불러들였다. 특히 3볼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 하나를 더 기다려봐도 되는 타이밍에서 실투가 나오자 이호준은 주저없이 이 공을 때려냈다.
비록 이호준은 남은 타석에서 멀티히트에 실패했고 팀은 1-3으로 첫 경기를 내줬다. 그러나 SK는 최근 몇 년 간 포스트시즌에서 첫 경기를 내줘도 다시 엉겨붙는 끈질긴 경기력을 펼쳤던 팀이다. 이호준의 1타점 만회 적시타는 어깨를 펴지 못했던 4번 타자의 부활 서곡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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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