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1]이승엽, 홈런만 친 것은 아니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10.24 21: 05

홈런만 친 것은 아니었다.
삼성의 얼굴 이승엽(36)이 팀에게 귀중한 한국시리즈 첫 승을 안겼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1차전에서 1회말 선제 투런홈런을 날려 팀의 3-1승리를 이끌었다. 10년만에 출전한 한국시리즈에서 소망하던 우승의 첫 문을 스스로 열어제꼈다. 
1회말 1사 1루. 침착한 얼굴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3구째 윤희상의 포크볼이 바깥쪽으로 밋밋하게 들아왔고 가파른 스윙이 바람을 갈랐다. 타구는 쭉쭉 뻗어갔고 왼쪽 철책을 살짝 넘겼다. 105m짜리 선제투런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이승엽의 야구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렸다.

이승엽은 삼성의 한을 풀어준 타자였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9로 패색이 짙은 9회말 동점 3점홈런을 날렸다. 뒤를 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나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때부터 그는 삼성의 DNA였다.
2003년 56홈런을 터트리고 아시아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진출에 실패하자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그리고 8년 만에 일본을 떠나 친정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의 마음은 절실했다. “올해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일본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와 제대로 못한다면 팀에 커다란 누를 끼치기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후 자신 때문에 최형우 등 후배들이 영향을 받는 듯 하자 언론인터뷰를 하지 않을 정도로 팀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팀이 부진하자 삭발까지 감행할 정도로 자신을 버렸고 후배들과 함께 무사히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10년만에 출전하는 한국시리즈도 이런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우리 팀은 4번(박석민)과 5번(최형우)이 좋으니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승리의 불소시게가 되겠다는 한껏 낮춘 말이었다. 언제나 후배들이 우선있다.  
어쩌면 1회말 첫 홈런은 그런 마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타석 뿐만은 아니었다. 그라운드의 믿음직하고 든든한 형이었다. 큰 소리를 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선발 윤성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독려했고 이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포수 이지영을 위해 아웃카운트도 여러번 상기시켜주었다. 그는 홈런만 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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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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