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이승엽, "10년전보다 힘과 실력은 떨어졌지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25 07: 23

"10년 전은 너무 오래전 일이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은 SK와의 2012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10년 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었던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대개구장에서 열린 6차전에서 이승엽은 9회말 6-9로 뒤진 1사 1·2루 기회에서 이상훈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승엽 이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치르는 한국시리즈. 이승엽은 1차전에서 첫 타석부터 시원한 복귀포를 쏘아올렸다. 윤희상의 3구째 바깥쪽 높은 포크볼을 밀어쳐 비거리 105m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10년 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 이후 고의4구 포함 볼넷 2개로 견제받았다. 결승 투런 홈런 포함 2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를 기록한 이승엽은 1차전 데일리 MVP에도 올랐다. 

과연 이승엽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 홈런. 하지만 이승엽은 "전혀 생각지 못한 홈런"이라 말했다. 그는 "(SK 윤희상이) 직구·포크볼 제구가 좋은 투수인데 포크볼을 생각했다. 포크볼이 높게 들어왔고 변화구 타이밍에 맞아간 게 홈런이 됐다. 만약 정상적인 감이었다면 파울이 됐을 것"이라며 "사실 청백전에서 타격감이 안 좋아 걱정이었다. 시즌 막판 경기를 많이 쉰 탓인지 감각이 떨어졌다. (류중일) 감독님도 걱정을 하셨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대타자답게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경기를 시원하게 뚫어줬다. 10년 전에는 시리즈 막판에 터뜨렸다면 이번에는 기선제압의 한 방. 그는 10년 전 기억에 대해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그때보다 힘과 실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세월이 말해준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많은 경험이 쌓였다"는 말로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베테랑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지금 여기있는 선수들보다 몇 백 경기는 더 뛰었다. 김상수 같은 선수보다는 몇 천 경기를 더 했다.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많고, 경기를 보는 흐름이나 느낌은 10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게 바로 이승엽의 말. 이어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감은 있다는 게 같다. 하지만 그때보다 스윙이 작아졌고, 무조건 장타를 친다는 생각은 버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시리즈 직전 "깜짝 놀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유효하다. 이승엽은 "나는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니고, 번트를 잘 대는 것도 아니고, 수비에서 다이빙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중요한 경기에서는 의외의 플레이에 승부 갈릴 수 있다. 기회가 되면 과감하고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격 이외 다른 플레이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지다. 
1차전 첫 타석 홈런 한 방으로 이승엽은 SK에 '공포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남은 시리즈에서 집중 견제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승엽은 "난 볼넷도 좋다. 내가 출루하고, 4~5번 타자들에게 찬스가 간다면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고 반겼다. 팀을 위해 개인을 버린 이승엽에게는 1차전 홈런이 갖는 의미는 매우 커보인다. 
waw@osen.co.kr
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