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아기사자 트리오, 미래가 아닌 현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25 10: 15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 이유는 공수주 모두를 안정적으로 갖췄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잠시 주춤했지만 선두에 등극한 이후에는 흔들림 없이 예상대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 1위 모두 삼성의 몫이었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군단에 약점은 어디 있을까. 경쟁 팀으로선 사자가 나이를 먹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삼성은 끊임없이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아기사자 3인방' 포수 이지영(26), 외야수 정형식(21), 투수 심창민(19) 이 좋은 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란히 출전,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쳐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82.1%, 삼성은 2년 연속 우승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 이지영은 안정적인 수비와 리드로, 심창민은 강한 심장으로, 정형식은 빼어난 선구안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2008년 신고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지영은 상무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해 올 시즌 팀에 돌아왔다. 이지영은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4리(135타수 41안타) 13타점으로 타격 재능을 보여줘 '포스트 진갑용' 찾기에 여념이 없던 삼성에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포수도 이지영의 몫, 시즌 때 주로 선발투수였던 윤성환과 호흡을 맞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시리즈 첫 출전이라는 부담감을 털어내고 그는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1회초 박재상의 도루를 저지하며 위기를 막은 그는 7회초 1사 1루에선 몸을 날려 파울플라이를 잡아냈다. 4회초 정근우의 도루 때 악송구가 나온 건 옥에 티다. 또한 타격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로 출루, 대주자로 교체돼 쐐기점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중견수 자리를 꿰찬 정형식, 타율 2할3푼7리 4홈런 19타점으로 타격에서는 한 뼘 모자랐지만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했다. 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선발 윤희상으로부터 천금 같은 볼넷을 골라내는데 성공했다. 윤희상의 포크볼에도 속지 않았고 결국 1루로 걸어 나간 정형식은 곧이어 터진 이승엽의 결승 투런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안정적인 중견수 수비는 덤이다.
지난해 1라운드 지명 신인 심창민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37경기 등판, 2승 2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83으로 활약했다. 권오준의 뒤를 이을 옆구리의 등장이다. 최고구속 150km를 오가는 강력한 뱀직구, 그리고 담대한 정면승부가 심창민의 매력이다.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키 플레이어는 심창민"이라고 꼽았을 정도다.
심창민은 2-1로 앞서던 6회초 1사 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심창민을 기다리고 있는 건 SK의 강타자 최정과 이호준,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최정을 좌익수 뜬공으로, 이호준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 불을 껐다. 한국시리즈 첫 등판이라는 중압감을 느낄 수 없었다. 비록 7회초 선두타자 박정권에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안지만에 넘겼지만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이지영과 심창민에 큰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따로 언급하며 격려했다. 삼성이 '백수의 왕'인 이유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강한 팀일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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