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었다. 아주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성장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SK 마운드의 마지막 보루로 떠올랐다. 마리오 산티아고(28)의 어깨에 SK의 명운이 달렸다.
SK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마리오를 선발로 예고했다. 2차전 선발로 나선다는 자체가 팀의 기대를 드러낸다. 원래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던졌던 송은범이 등판할 차례였다. 그러나 이만수 SK 감독은 마리오의 컨디션이 더 좋다고 판단해 하루를 당겼다. 특별대우다.
마리오는 팀이 탈락 위기에 몰렸던 플레이오프 4차전 당시 선발로 나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140㎞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차갑게 식혔다. 구위만 놓고 보면 현재 선발 투수 중 가장 좋다는 게 SK 벤치의 설명이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지만 큰 문제가 없다. 이만수 SK 감독은 “워낙 어깨가 좋은 선수다”라는 말로 믿음을 드러냈다.

사실 마리오의 올 시즌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윤희상과 SK 선발진을 이끌었다.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SK 마운드의 버팀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무릎 부상으로 한 차례 2군을 경험했고 급기야 7월 25일 대구 삼성전에서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쓰러졌다. 두 달가량 재활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팀 전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였다. 갈 길 바쁜 SK로서는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SK는 인내심을 가지고 마리오를 기다렸다. 무릎 부상을 털어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결국 마리오는 그런 SK에 보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즌 막판 복귀전을 치른 마리오는 중요했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호투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징검다리를 놨다.
마리오는 한국프로야구에 와서 더 성장한 선수로 손꼽힌다. 당초 퀵 모션 등 몇몇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더 좋은 투수로 발전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 모양새다. 지도를 따르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마치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버섯을 먹고 쑥쑥 큰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이런 마리오를 바라보는 SK의 시선도 흐뭇하다. 이만수 감독은 “팀에서 가장 좋은 어깨를 가졌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석 달 정도를 쉬어서 그런지 팀에 미안해 하더라”라고 전했다. 마리오도 “우승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버섯 가지고는 부족하다. 팀이 1차전에서 패배함에 따라 마리오의 책임감도 그만큼 더 커졌다. 게다가 상대는 올 시즌 다승왕 장원삼이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따지면 점수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마리오가 버텨줘야 한다. 과연 마리오가 버섯에 이어 불꽃까지 획득해 삼성 타자들을 공격할 수 있을까. SK의 시리즈 판도를 쥐고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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