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본전을 못 찾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필요는 있다. 초구 공략의 이야기다.
SK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3으로 졌다. 사실 힘의 차이가 아주 크게 드러난 경기는 아니었다. 삼성도 1회 이승엽의 2점 홈런을 제외하면 활발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SK에 아예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흐름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너무 적극적인 공격이 독으로 돌아왔다.
승부처는 SK가 1-2로 뒤진 6회였다. 선두 정근우가 침착하게 윤성환의 공을 골라낸 끝에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박재상이 희생번트로 정근우를 2루로 보냈다. 대기타석에는 최정 이호준 박정권이라는 중심타자들이 들어섰다. 정근우의 발을 생각하면 안타 하나가 동점이었다. 여기서 삼성도 승부를 걸었다. 잘 던졌던 윤성환을 일찍 내리고 심창민을 올렸다.

최정과 이호준은 올 시즌 언더유형의 투수에 강했다. 최정은 3할4푼3리, 이호준은 무려 3할9푼4리였다. 좋은 승부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정은 좌익수 플라이, 이호준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모두 초구를 건드렸다. 심창민이 위기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필요한 공은 단 2개였다. SK의 흐름이 차갑게 식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SK는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초구 공략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공격본능이 있다. 게다가 확률도 꽤 높다. 투수들은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 싶어 한다. 때문에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타자의 상황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잘못 건드릴 경우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투수로서는 투구수를 아낄 수 있다. 타자의 심리적 허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 들어 SK의 초구 공략 결과는 후자에 가깝다. SK는 포스트시즌 6경기에 희생번트를 제외하고 총 27번의 초구 타격을 했다. 경기당 4.5회다. 그런데 안타는 단 4개(.148)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모창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정근우 모창민 최정만이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었다. 돌려 이야기하면 그 후 4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초구 공략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5번이나 초구를 노렸지만 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 중심타자들의 초구 공략 성적표가 좋지 않다. 4번 타자 이호준은 5차례, 5번 타자 박정권은 4차례 초구를 쳤지만 타율은 ‘0’이다. 조인성도 4번의 초구 타격에 모두 실패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초구 타격에 실패하다보니 박탈감은 두 배다.
물론 좋은 공이 들어오면 초구에도 방망이가 나가야 하는 게 맞다. 노림수라는 게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K 타자들에게도 스트라이크 2개를 흘려보낼 수 있는 권리는 있다. 당장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로 맹활약한 정근우는 타석당 4.5개의 공을 봤다. 공 하나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 한국시리즈다. 적극적인 타격도 좋지만 최소한의 인내는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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