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美 진출 무산? 포스팅시스템 무용론 대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25 10: 46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벌어진 24일, 김응룡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의 '류현진 해외진출 불가' 기사가 나왔다. 김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나가게 되면 투수진이 무너진다"면서 "팀 사정 상 보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화 감독으로 선임되기 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찬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입장이다.
김 감독의 강력한 발언에는 야구인과 한 팀의 수장으로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야구인으로는 대한민국 에이스인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대승적으로 찬성했던 김 감독이지만, 우승 청부사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현재로선 류현진이 한화 마운드 전력의 절반이 넘는다는 점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올해로 데뷔 7번째 시즌을 마쳤다. 한국 프로야구 규약 상 7시즌(타자의 경우 전체 경기수의 ⅔경기 이상 출장, 투수의 경우 규정이닝의 ⅔이닝 이상 등판, 혹은 1군 등록일수가 150일 이상인 경우, 한 시즌을 보낸 것으로 간주)을 활약한 선수의 경우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의한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장 큰 전제조건은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투수부문 4관왕 KIA 윤석민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지만 신임 선동렬 감독의 "2년 뒤 FA로 당당하게 도전해라"는 말과 함께 구단의 만류로 꿈을 접어야 했다.
포스팅시스템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구단의 관심을 끌 만한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에 국한된다. 아직 그들의 시각으로 한국 야구는 한 수 아래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나갈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선수는 각 팀의 대표급에 제한된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도 "구단 입장에서 보면 류현진의 해외진출은 사실상 힘들지 않겠나. 포스팅에서 류현진의 몸값이 1억 달러쯤 되는 것도 아닌데 어떤 구단이 쉽게 선수를 포기하겠느냐. 한화도 류현진을 보내기 힘들 것"이라며 "그리고 그런 선수 한 명이 빠져나가면 구단 성적은 또 어떡하나"고 되물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결국 포스팅시스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은 핵심 선수이기에 구단으로부터 동의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맹점이다. 삼성 오승환 역시 올해로 7년을 채웠는데 이미 일본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선수 본인은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다"고 희망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감독은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OK 할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몇 년째 최상위 불펜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마찬가지로 오승환을 보낼 수 없다는 의미다.
한화 구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 년째 최하위를 전전하는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재야에 있던 김 감독을 영입했는데 에이스를 해외로 보낸다면 내년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한화의 에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 에이스인 류현진의 앞길을 막는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제까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진출을 모색한 선수는 모두 4명이다. 이상훈(전 LG)은 1998년 미국 구단으로부터 60만 달러의 응찰액을 기록,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입단으로 선회했고 2002년 진필중(전 두산)은 2만5천 달러, 임창용(전 삼성)은 65만 달러에 그쳤다. 기대 이하의 응찰액에 이들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유일하게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건 KIA 최향남이다. 롯데 소속이던 2009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101달러를 제시받았다.
한화 구단은 조만간 류현진의 거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유명무실한 상태인 포스팅시스템이 처음으로 효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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