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포스트시즌 로스터 탈락의 악몽을 씻는 호투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좌완 선발투수 베리 지토(34)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며 자신이 승리 보증수표임을 증명했다.
지토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켈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 5실점한 디트로이트 에이스 투수 저스틴 벌랸더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지토는 마운드뿐만 아닌 타석에서도 활약했는데 4회말 2사 2루서 벌랜더의 97마일 낮은 직구를 받아쳐 1타점 좌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8-3으로 이겼고 동시에 지토가 선발 등판한 최근 14경기를 모두 가져갔다.

2000년 22살의 나이로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은 지토는 빠르게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90마일 중반대의 직구와 리그 최정상급 커브를 주무기 삼아 마운드를 지켰고 2001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가 됐다. 2002시즌에는 23승 5패 평균자책점 2.75로 사이영상을 수상, 20대 중반에 이미 리그 최고투수로 등극했다. 2006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지토는 FA자격을 얻고 샌프란시스코와 7년 1억2천6백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토의 성공가도는 FA 계약과 동시에 멈췄다. 오클랜드에서 7년 동안 102승 평균자책점 3.55을 올리며 꾸준함을 과시했던 지토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7시즌 11승 13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부진했다. 구위 저하로 2008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5.15까지 치솟았고 17패로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됐다. 어느덧 지토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투수에서 대표적인 FA 계약 실패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포스트시즌 로스터 탈락으로 팀 우승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지토는 올 시즌 승리를 부르는 선발투수가 됐다. 지난 8월 8일 샌프란시스코는 지토가 선발 등판한 세인트루이스와 원정경기 이후 모든 경기를 가져가는 중이다. 지토는 세인트루이스에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직면했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 마운드에 올라 7⅔이닝 무실점으로 반격의 선봉장이 됐고, 샌프란시스코는 3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번 월드시리즈 무대에서도 지토의 승리 공식은 이어졌다. 직구 구속은 80마일 중반대로 평범했지만 커터를 적극적으로 섞어 던지며 디트로이트 강타선으로부터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특유의 커브 역시 적절하게 구사하며 시리즈 선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 브루스 보치 감독은 “지토는 우리에겐 행운의 상징이다. 행운이 월드시리즈까지 이어졌다”며 “지토가 디트로이트 강타선을 맞이해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속 변화가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고 지토의 투구에 흡족함을 표했다.
지토는 2년전 포스트시즌 로스터 탈락의 순간을 회상하며 “9월부터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들기 위해 애썼다. 마침내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이란 기회가 왔고 최고 투수인 벌랜더에 맞서지만 무엇보다 내 투구를 펼치는 것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토는 “월드시리즈라고 해도 결국엔 그저 또 하나의 야구 경기라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삼진 혹은 내야 땅볼로 타자를 처리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유지한 게 호투의 원인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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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