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 리포트/DAY 3①] 둘이 만나 ‘하나’가 되다
OSEN 황인선 기자
발행 2012.10.25 15: 16

- 24일 용산 전쟁기념관, ‘박춘무, 문영희, 박승건, 이석태, 이상봉’ 서울컬렉션 쇼 선보여
‘2013 S/S 서울패션위크’가 3일째 런웨이를 후끈하게 하고있다.
24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는 5년 이상의 독립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박춘무, 문영희, 박승건, 이석태, 이상봉이 순차적으로 등장했다.

당일 패션쇼 현장은 서로 다른 두 개가 만나 어떻게 하나를 완성하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실제로 문영희는 신진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서로 다른 2가지의 테마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춘무, 박승건, 이석태, 이상봉의 컬렉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복고와 모던’ 또는 ‘남성과 여성’, ‘로맨틱과 스포티즘’ 같은 서로 다른 성격의 요소를 믹스매치하여 하나의 룩으로 재현한 것. 내년 하계 패션계를 점령할 ‘믹스매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박춘무(DEMOO PARKCHOONMOO), 복고와 모던의 경계선
박춘무 컬렉션의 콘셉트는 초월(TRANSCENDENCE)이다. ‘과거와 현재’ 또는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듯, 이 시대가 말하는 이분법적인 구도의 경계선을 옷으로 무너뜨렸다.
컬러의 구성은 ‘가장 기본적인’ 화이트와 블랙을 바탕으로 크림, 블루, 레드 컬러가 클래식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재 역시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드는 면, 리넨, 실크에 단단한 실루엣을 만드는 가죽과 속살이 드러나는 그물망 소재를 매치하며 분위기를 한층 강하게 했다.
박춘무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얇은 가죽 끈 벨트 장식’이다. 이 장식은 남성적인 룩에 여성의 허리선을 강조하는 포인트 아이템이 되기도 했으며, 여성스러운 소재와 실루엣의 룩에 고정 핀 역할을 하며 구조적인 룩을 완성했다.
▲ 문영희(MOONYOUNGHEE VASEPTFLOOR), 동서양 복식의 합주
문영희 컬렉션은 디자이너와 신진 브랜드 ‘MOOHONG VANSEPTFLOOR'가 함께한 새로운 프로젝트 쇼였다. 디자이너와 신진브랜드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문영희의 콘셉트는 ’건축학적 모더니즘(Architectural modernism)‘이다. 반면 신진브랜드는 ’죽음과 가면‘, ’해골자화상‘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벨기에 판화가 제임스 앙소르를 모티브로 ’Talking to James Ensor'의 콘셉트를 보여줬다.
스카이블루, 오렌지, 퍼플 등의 컬러에 광이 나는 소재로 풀어내어 유쾌한 느낌의 룩을 완성했다. 또, 제임스 앙소르의 해골 또는 가면을 패턴화하여 팝 아트적인 무드를 연출 한 것 역시 이색적이다. 반대로 삼각형 구도의 톤다운 컬러들의 배색의 옷으로 동양적인 무드도 느낄 수 있었다. 단, 실루엣만큼은 구조적이고 모던해진 것이 딱 ‘문영희 옷’이란 느낌을 냈다.
문영희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흔히 ‘변형된 옷깃’이다. 옷깃의 앞모양이 퍼진 새 날개처럼 떠 보이는 ‘윙 칼라(wing collar)'를 좀 더 길게 변형해 마치 숄을 걸친 듯 목 뒤에까지 볼륨감을 주어 잇거나, 목을 덮는 ’톨 칼라(tall collar)'에 드레이핑을 주어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구조적인 볼륨감을 준 것 역시 눈길을 끈다.
▲ 박승건(pushBUTTON), 과거에서 올라온 로맨틱한 스포티즘
박승건 컬렉션은 스타일리스트 출신답게 ‘사고 싶은’, ‘입고 싶은’ 옷과 모델의 유쾌한 제스처가 담긴 개성 넘치는 워킹으로 등장부터 대중의 시선을 압도했다.
레이스 소재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빳빳한 광택 소재와 형광색을 활용한 디스코 풍의 자극적인 분위기가 한데 뒤섞이며 계속해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쇼였다.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스포티한 컬러와 로맨틱한 레이스의 믹스매치가 이번 쇼의 관전 포인트라 했다.
박승건 컬렉션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는 ‘통이 넓은 7부 소매’다. 레이스로 우아해진 룩에서부터 반짝반짝 광이 나는 태피터로 우주복의 느낌을 내는 룩까지 통이 넓은 7부 소매로 독특한 실루엣을 재현했다.
▲ 이석태(KAALE.SUKTAE), 흰 배구공에 그려낸 오방색 타투 프린트?
이석태 컬렉션의 콘셉트는 ‘WHITE BOY’다. 배구공에서 느낄 수 있는 하얀 컬러감을 바탕으로 운동선수의 테이핑과 운동화 끈 등을 장식과 디테일로 활용했다. 여기에 오방색과 타투 프린트가 더해진 룩 역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볼거리가 들어간 탓일까, 이석태의 강점 중 하나인 현대적이고 구조적인 실루엣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화려한 원색과 타투 프린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과감한 컷팅, 섬세한 디테일 등이 ‘좀 더 여백의 미를 살렸으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석태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타투 프린트’다. 구조적인 실루엣에 다채로운 패턴을 자유롭게 사용했던 기술을 패턴이 아닌 타투 프린트로 새롭게 시도했다. 이는 송혜명, 계한희 컬렉션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스타일로 2013 S/S 트렌드 중 하나를 예고한다.
▲ 이상봉(Lie sang bong), 어린 날의 기억 ‘나비와 퍼즐’
이상봉 컬렉션은 화려한 색감의 ‘나비 문양’과 ‘퍼즐’을 떠올리게 하는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이 나란히 어깨를 함께한 아름다운 쇼였다.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쇼는 1960년대 디자이너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실제로 화려한 나비의 날개가 조각 조각 나눠진 기억을 꺼내고, 퍼즐 조각으로 완성한 것 같은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이 단순한 회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인상을 받았다.
이상봉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복고와 모던의 조화’다. 나비가 가진 여성스럽고 화려한 색감과 두 날개의 완벽한 대칭을 고스란히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풀어내어 한층 모던하게 옷으로 표현해낸 점은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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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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