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차전까지 가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첫 경기가 중요했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컸지요”.
비록 지기는 했으나 계투 요원들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값진 완투패였다. 데뷔 9시즌만의 첫 완투를 국내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10승 우완’ 윤희상(27, SK 와이번스)이 아쉬움과 함께 자신으로부터 선제 결승포를 뽑아냈던 '국민 타자' 이승엽(36,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결을 복기하며 호승심리를 비췄다.
올 시즌 10승 9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며 SK 선발 로테이션에서 유일하게 결석 없이 10승 고지를 밟은 윤희상은 지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이닝 동안 108구 5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4개) 3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잘 던진 윤희상에게 돌아온 것은 1-3 경기 완투패 주인공이라는 불운이었다. 1회 이승엽에게 내준 선제 결승 투런이 뼈아팠다.

볼카운트 1-1에서 결정구로 꺼내든 포크볼(126km)이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으면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윤희상. 7회 상대 주자 강명구의 재치로 인해 한 점을 더 내준 윤희상은 그래도 꿋꿋이 마운드를 지키며 졌지만 의미있는 완투로 올 시즌 팀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5일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윤희상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결과적으로 져서 너무 아쉬웠다. 정형식 타석에서부터 상대 타자들이 내 포크볼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승엽 선배의 첫 타석 때는 불리한 볼카운트가 되기 전 들어가보려고 결정구를 던졌는데 잘 안 되었다”라고 밝혔다.
“팔을 풀 때부터 생각보다는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내심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조인성 선배의 볼배합 덕분에 그래도 8회까지 쭉 던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자 없을 때는 ‘맞아도 좋다’라는 식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던 반면 주자 출루 시에는 외곽으로 어렵게 만들고자 했어요”.
결승 홈런 주인공 이승엽과의 24일 상대 전적은 2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 약한 면모였으나 그래도 7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이승엽으로부터 삼진을 뽑아낸 윤희상이다. 고집이 세고 주관도 확실하다고 소문이 난 윤희상인 만큼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마음도 컸다.
“고의 볼넷을 내줄 때는 이승엽 선배와 결판을 내고 싶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저 혼자 하는 야구가 아니잖아요.(웃음) 두 번째, 세 번째 볼넷을 내준 뒤 네 번째 대결에서는 꼭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5차전 선발 기회가 올 수 있을 지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일정 맞춰서 잘 준비하고 몸을 다시 만들어야지요”. 대기만성 에이스는 완투패 속에서 값진 경험과 커다란 승부근성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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