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도를 보였던 두 좌타 거포. 그러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활약도가 완전히 엇갈렸다. 특히 승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만루에서 한 명은 호쾌한 홈런포로 존재감을 과시한 반면 다른 한 명은 힘없이 물러나며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 삼성의 8-3 승리로 끝난 한국시리즈 2차전. 최형우(29, 삼성 라이온즈)와 박정권(31, SK 와이번스)의 2사 만루 모습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최형우와 박정권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2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각각 5번 지명타자,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지난해 홈런-타점왕 최형우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 여파로 인해 2할7푼1리 14홈런 77타점을 기록했고 박정권도 주장 직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2할5푼2리 12홈런 59타점에 그쳤다. 둘 모두 1군 풀타임 주전이 된 후 가장 안 좋은 편인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일발장타력을 지닌 데다 클린업 트리오 후위 비중을 맡은 중심타자로서 큰 경기 기대가 큰 법. 특히 박정권은 지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3할5푼6리 9홈런 33타점으로 맹위를 떨친 그야말로 가을 사나이. 그만큼 한국시리즈 패권을 향한 두 팀의 발걸음에는 최형우와 박정권의 활약도가 반드시 필요했다.

2차전은 최형우의 KO승. 최형우는 3회말 2-0으로 앞선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의 4구 째 체인지업(124km)을 당겨 우중월 쐐기 만루포로 연결했다. 바깥쪽 약간 높은 코스였으나 이것이 존 안으로 힘없이 들어갔고 최형우는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훅 당겨쳤다. 한국시리즈 사상 3번째 만루홈런이자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만루포였다.
최형우가 환하게 웃은 반면 박정권은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1회초 상대 선발 장원삼이 제구 난조로 인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을 때 박정권은 장원삼의 3구 째를 받아쳤다. 그러나 이는 더 뻗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중견수 플라이가 되고 말았다.
그 외에도 박정권은 1-6으로 뒤진 7회초 무사 1루에서 유격수 김상수 앞으로 빠르게 흘러간 병살타로 주저앉으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최형우가 우중월 만루포로 팀의 2연승을 이끌며 환하게 웃은 반면 박정권은 결정적인 찬스를 수포로 만들며 팀의 2연패를 그저 바라봐야 했다.
2연패 후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전례는 지난 30번의 한국시리즈 중 단 한 차례 밖에 없다. 반대로 2연승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성공률은 93.3%에 달한다. 그야말로 시리즈 명운이 달렸던 2차전에서 최형우는 만루포로 어깨를 으쓱한 반면 박정권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안방 문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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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