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SK에서는 ‘1승 카드’로 여겼던 마리오(28)였다. ‘슈퍼 마리오’의 불꽃투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여러 장애물에 부딪히며 서서히 체력을 깎아먹더니 총체적 난국을 이겨내지 못하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마리오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2⅔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의 최악 투구로 조기 강판됐다. 마리오가 초반에 무너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SK는 적지에서 2연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망이 어두워졌다.
기대가 컸다. 시즌 중반 무릎 부상으로 3달 가까이를 쉰 마리오는 지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던 팀을 구하는 맹활약이었다. SK는 마리오의 기사회생투를 발판 삼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당초 2차전 선발로 예상됐던 송은범 대신 마리오를 마운드에 올렸다. 팀 내 선발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게 SK 벤치의 자체 판단이었다. 등판이 당겨지긴 했지만 4일 휴식이 있고 팀 내 투수 중 어깨가 가장 좋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시작은 좋았다. 1·2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승엽 박석민 박한이에게 삼진을 뺏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3회였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무엇보다 구속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이날 마리오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2㎞에 머물렀다. 평소보다 5㎞이상 떨어진 수치였다. 직구 대신 싱커를 많이 던지긴 했으나 역시 구속이 떨어지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들의 위력도 눈에 띄게 밋밋해졌다. 한 번씩 마리오의 공을 눈에 익힌 삼성 타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냉정하지 못했다. 마리오는 3회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0B-2S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볼을 연달아 던지더니 결국 풀카운트에서 안타를 맞았다. 그때부터 오석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예민해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이후 진갑용의 노련한 플레이도 마리오를 흔들었다. 초구에 번트를 대지 못한 진갑용은 3구째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3-유간을 뚫었다. 마리오의 표정은 허탈이었다.
다음 타자 김상수도 번트 모션을 취했다 방망이를 빼며 마리오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 후부터 마리오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영섭에게 맞은 2루타는 한가운데 몰린 직구였다. 벤치는 이승엽을 사실상의 고의사구로 걸렀으나 마리오는 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애꿎은 로진백만 분풀이 대상이 됐다. 결국 승부처였던 박석민 타석에서도 볼넷을 내준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만루에 몰린 마리오는 평정심을 잃었다. 2사임에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바깥쪽 높은 곳으로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떨어지며 최형우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124㎞짜리 체인지업은 빠르지도, 날카롭지도 않게 배팅볼처럼 날아들었다. 끝판대장 쿠퍼와의 맞짱을 꿈꿨던 마리오는 중간보스도 만나지 못한 채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그렇게 SK의 생명도 하나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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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