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바꿔 놓은 건 베테랑의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이었다. 삼성 주장 포수 진갑용(38)이 절묘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성공시키며 1이닝 6득점 빅이닝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갑용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그 1안타가 아주 중요한 순간에 터져나왔다. SK의 수비를 교란시킨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성공으로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삼성은 3회 6득점으로 승기를 잡으며 8-3 완승을 거뒀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3회말. 삼성은 첫 타자 조동찬의 우중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여기서 진갑용이 등장했다. SK 선발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의 초구에 번트를 댄 진갑용은 그러나 1루 라인 밖으로 나가는 파울이 되고 말았다. SK 내야진은 바짝 전진해오며 진갑용의 보내기 번트에 대비했다.

2구째 볼도 번트 모션으로 흘려보낸 진갑용은 마리오의 3구째 직구에 갑작스럽게 번트 모션에서 타격으로 전환했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진갑용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갔고, 직구 타이밍에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SK 유격수 박진만이 쫓아가기에는 너무 날카로웠다.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
SK의 전진 수비를 역으로 공략한 강공 전환. 한국시리즈만 42경기째 나올 정도로 큰 경기 경험 풍부한 진갑용의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이 SK수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진갑용은 올해 희생번트 10개를 기록할 정도로 번트 능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SK가 전진수비로 진갑용의 번트에 대비했고 발이 느린 진갑용이라면 자칫 병살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를 역으로 공략한 삼성벤치의 작전과 진갑용의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이 하모니를 이룬 플레이였다. 진갑용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기세를 올린 삼성은 배영섭의 중월 2타점 2루타에 이어 최형우의 우중월 만루 홈런까지 터지는 등 3회에만 대거 6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진갑용의 페이크 번트가 제대로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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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