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되고 있다. 시리즈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부터 2차전 선발까지 한 번에 예고해 버리는 것은 물론 1차전의 과감한 신예 기용과 시의적절한 투수 교체, 그리고 2차전에서는 베테랑 타자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주문한 것은 물론 런 앤 히트 카드까지 과감하게 꺼내들어 대량 득점 시발점을 만들었다. SK와의 한국시리즈 2연승에 성공한 ‘야통’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대담성은 분명 높이 살 만 했다.
삼성은 24~25일 안방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한국시리즈 첫 2연전에서 각각 3-1, 8-3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 중 2연승에 성공한 팀이 패권을 가져간 성공률은 93.3%. 그만큼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및 창단 후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경기가 치러지기 전 23일 미디어데이에서도 류 감독은 과감함을 보여줬다. 1차전 선발 투수를 예고하는 자리에서 류 감독은 윤성환을 호명한 뒤 “우리는 2차전에서 장원삼을 기용하겠습니다”라며 카드 두 개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류 감독의 대담함에 놀라며 “그럼 우리도 2차전은 마리오(산티아고)를 예고합니다”라며 어쩔 수 없이 카드를 함께 꺼내 든 인상을 준 이만수 SK 감독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뿐만 아니다. 류 감독은 데뷔 첫 한국시리즈 출장을 앞둔 2년차 사이드암 심창민을 거론하며 “개인적으로 심창민이 정말 잘 던졌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올해 37경기에서 2승 2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83으로 활약했다손 쳐도 큰 경기에서 검증된 것이 없는 신예에게 기대감을 품었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칫 신예에게 부담을 주는 설레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데이에서의 대담한 발언은 경기에서 확실한 성공이 되었다. 1차전 선발로 내세운 윤성환이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거둔 데 이어 심창민은 6회초 1사 2루에서 등판, 잠수함 투수에 강한 최정-이호준-박정권을 모두 범퇴시키며 페넌트레이스 스탯을 무색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중고신인 포수 이지영은 선발 안방마님으로 나서 투수들의 1실점 릴레이 호투를 이끌었고 안지만-권혁-오승환으로 이어진 필승조는 명불허전의 힘을 보여줬다. 윤성환과 궁합이 잘 맞는 이지영을 과감하게 선택한 류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던 한 판이다.
2차전에서도 류 감독의 전략은 통했다. 주전 안방마님이자 선수단 맏형 진갑용을 선발 포수로 내세우고 다승왕 장원삼에게 이미 이틀 전 선발을 맡긴 류 감독은 1회초 장원삼이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을 때도 크게 긴장감을 불어넣거나 하지 않았다. 다승왕에 대한 믿음. 장원삼은 박정권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이후 큰 위기 없이 6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안았다.
3회말 진갑용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타격은 물론 그와 함께 1루 주자 조동찬의 런 앤 히트도 류 감독의 전략이 돋보인 순간이다. 0-0으로 맞선 3회말 선두타자 조동찬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하자 진갑용에게 팀 배팅 기회가 왔다. 초구 번트 파울을 기록한 진갑용은 3구 째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곧바로 버스터로 전환,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1차전에서 SK가 김강민의 7회 슬래시 타격 실패로 추격 고삐를 당기지 못한 것과 대조적인 전략 성공이었다. 그리고 후속 타자 김상수는 수월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류 감독의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한 두 명의 주자는 배영섭의 중견수 키를 넘는 선제 결승 2타점 2루타로 모두 홈을 밟았다. 류 감독은 감독 선임 이전까지 삼성 타자들의 작전 수행을 담당한 프랜차이즈 코치였다. 그만큼 야수들을 잘 알고 있었고 두 가지 전략을 함께 조화시키며 상대를 흔들었다.
선발 투수를 한꺼번에 두 명을 예고한 과감함은 성공으로 돌아갔다. 또한 신예를 신뢰하며 귀중한 출장기회를 준 전략은 물론 2차전에서 베테랑 타자에게 페이크 번트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안타를 유도한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얼떨떨하게 감독직을 이어받았던 류 감독은 어느새 과감한 ‘야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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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