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 되든 밥이 되든 1번에 기용하겠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배영섭을 1번 타자로 못박았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었지만 그만큼 신뢰가 두텁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난해 치열한 경쟁 끝에 1번 타자로 낙점된 뒤 타율 2할9푼4리(340타수 100안타) 2홈런 24타점 51득점 33도루를 기록하며 삼성의 트리플 크라운 등극에 큰 공을 세웠다. 배영섭은 LG 투수 임찬규를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까지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올 시즌 성적은 기대 이하. 끝모를 타격 부진 속에 2군행 통보도 받았다. 류 감독은 배영섭이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다. 전반기 타율 2할1푼3리(225타수 48안타) 빈타에 허덕였던 그는 후반기 들어 타율 2할8푼3리(187타수 53안타) 2홈런 15타점 30득점 11도루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정규 시즌 내내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던 배영섭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예전의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규 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는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김성래 삼성 수석 코치 또한 "시즌 초반에 배영섭이 막혀 점수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후반기 들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배영섭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천금같은 적시타를 터트리며 8-1 승리를 견인했다.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배영섭은 0-0으로 맞선 3회 1사 2,3루 상황에서 SK 외국인 선발 마리오 산티아노의 2구째를 때려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트렸다. 진갑용과 조동찬은 여유있게 홈인.
마리오의 조기 강판을 이끄는 첫 펀치. 2루에 안착한 배영섭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시했다. 배영섭은 6-1로 앞선 7회 무사 1루 상황에서 SK 세 번째 투수 이재영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트려 쐐기를 박았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던가. 배영섭은 류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에 2루타 2방으로 화답했다.
what@osen.co.kr
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