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29, 삼성 외야수)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데뷔 첫 포스트시즌 만루포를 가동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정규 시즌의 부진을 모두 잊고 하고 싶은 것만 편안하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최형우는 1차전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 역시 "타격감은 괜찮다. 그동안 준비를 잘 했고 SK 외야수 김강민이 정말 잘 잡았다"고 감싸 안았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2회 1사 후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3회 만루 아치를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SK 외국인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의 4구째 체인지업(124km)을 잡아 당겨 우중간 펜스 밖으로 넘겨 버렸다. 비거리 120m.

최형우는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갈채 속에 그라운드를 돌아 홈베이스를 밟았다. 최형우에게 카운트 펀치를 얻어 맞은 마리오는 고개를 떨구며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은 최형우의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SK를 8-3으로 제압했다. 삼성은 안방에서 2승을 챙기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5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최형우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 캠프에서 열린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통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시즌 개막 이후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2군 강등을 비롯해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전반기 타율 2할4푼(258타수 62안타) 5홈런 44타점으로 주춤했던 최형우는 후반기 들어 3할1푼의 타율에 63안타 9홈런 33타점으로 예년의 타격감을 되찾았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만루 홈런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다. 1982년 김유동(OB), 2001년 김동주(두산)에 그랜드슬램을 허용하며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삼성은 최형우의 한 방으로 아쉬움을 떨쳐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리고 최형우의 한국시리즈 만루 아치는 역대 3번째이자 팀 창단 첫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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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