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hybrid). 원래 이질적인 요소가 섞인 것을 가리키며 '혼성'과 같은 뜻을 지닌다. 최근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것을 결합해 더욱 가치가 높은 걸 만들어내는 걸 의미한다.
흔히 야구에서 점수를 내는 주된 방법에 따라 '스몰볼'과 '빅볼'로 분류해서 말하곤 한다. 스몰볼은 적은 점수를 내는데 주력해 아웃카운트를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주자의 진루를 최우선에 둔다. 또한 번트, 런앤히트 등 작전이 자주 나온다. 반면 빅볼은 홈런이나 장타, 안타로 점수를 내는 경우에 일컫는 말이다.
어느 팀이든 스몰볼이나 빅볼만으로 점수를 낼 수는 없다. 이상론에 가깝지만 가장 좋은 공격은 스몰볼과 빅볼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것이다. 한 점이 필요할 때는 집중력있는 야구로 점수를 내고, 그 이후에는 큰 것 한 방으로 상대에 K.O 펀치를 먹이는 방법이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3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홈에서 2경기를 먼저 잡아내 2년 연속 우승에 성큼 나가섰다. 삼성이 올린 8득점은 준 플레이오프 1차전(롯데 8-5 승리)에 이어 이번 포스트시즌 최다득점 타이다.
팽팽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에서 삼성이 다득점에 성공한 건 3회 공격에 해답이 있었다. 이날 삼성은 3회 스몰볼과 빅볼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하이브리드' 공격을 보여줘 대거 6득점, 승부를 갈랐다.
0-0으로 맞선 3회 삼성은 선두타자 조동찬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곧바로 8번 타자 진갑용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발이 느린 진갑용, 선취점이 필요한 순간이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때 진갑용은 SK 내야수들이 전진하자 곧바로 강공으로 전환, 3-유간을 빠져나가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무사 1,2루가 되자 삼성은 김상수에 번트를 지시, 1사 2,3루를 만들었다. 득점권에 주자 한 명을 더 갖다놓는 효율적인 '스몰볼'을 여실히 보여준 삼성이었다.
작은 야구로 테이블을 차린 삼성은 이번엔 빅볼로 다득점에 성공했다. 배영섭은 1사 2,3루에서 마리오를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한 점을 잃지 않기 위해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던 SK에겐 허를 찌르는 장타 한 방이었다.
흔들린 마리오는 2사 후 이승엽과 박석민에 연속 볼넷을 허용, 2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마리오의 124km 높은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공략, 우중간을 넘어가는 쐐기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단숨에 점수를 6-0으로 벌리는 이 홈런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동시에 삼성의 스몰볼+빅볼이었던 3회를 마무리짓는 화룡점정이었다.
1차전에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전하는 신예 3인방이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거뒀고 이날은 타선을 앞세워 완승을 따냈다. 삼성이 올 시즌 최강팀인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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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