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이야기가 너무 커졌다. 이제는 MVP 이야기를 그만 해도 될 것 같다".
삼성 거포 최형우(29)가 짜릿한 그랜드슬램을 폭발시키며 2연승을 견인했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0으로 리드한 3회 2사 만루에서 마리오 산티아고의 4구째 바깥쪽 높은 124km 체인지업을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사실상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한 방이었다.
1차전에서 삼진 하나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최형우였지만 류중일 감독은 "안타는 없었지만 타구는 좋았다. 분명히 쳐줄 것"이라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 기대대로 최형우는 결정적인 순간 짜릿한 만루홈런으로 포효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11번째이자 한국시리즈 3번째 만루홈런. 나머지 3타석에서는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 한 방만으로도 충분했다.

경기 후 최형우는 "1회보다 마리오의 변화구가 밋밋했다. 4개 연속 변화구가 들어왔고 제 타이밍에 맞아 홈런이 됐다"며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쳤지만 기분은 똑같았다. 그래도 기분이 조금 더 좋았던 것은 거의 2~3달 동안 홈런을 많이 못쳤기 때문에 오랜만에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직전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가 기대된다. 훈련할 때 본인이 MVP를 타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더라"는 말로 남다른 기대를 나타냈다. 이에 최형우는 "내가 MVP를 타고 싶다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장난으로 말한 건데 너무 커져서 당황했다. 이제 2연승으로 분위기가 좋아졌으니 MVP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시즌 후 보름간의 준비기간에 최형우가 주력한 것도 분위기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는 "평상시랑 똑같이 훈련하고 준비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을까봐 웃고 장난치며 즐기는 식으로 했다. 연습은 능 하던대로 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시리즈가 빨리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타자들이 더 세졌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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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