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結草報恩). 은혜가 사무쳐 죽어서도 잊지 않고 갚는다는 뜻.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추구한다. 지난해 유행어처럼 번진 '나믿가믿'(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간다.
지난해 삼성의 트리플 크라운 등극에 큰 공을 세웠던 최형우와 배영섭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류 감독은 최형우(29)와 배영섭(26, 이상 외야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제공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류 감독의 믿음은 여전했다. "야구는 해줬던 선수들이 해준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
최형우와 배영섭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회 6타점을 합작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정규 시즌의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렸다.

홈런왕 출신 최형우는 3회 2사 만루 찬스에서 SK 외국인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의 4구째를 때려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번에 기용하겠다"는 류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한국시리즈에서도 1번 중책을 맡은 배영섭은 이날 0-0으로 맞선 3회 1사 2,3루 상황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작렬했다. 그리고 7회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려 쐐기를 박았다.
이지영(26, 포수)과 심창민(19, 투수)의 기용 또한 파격에 가까웠다. 데뷔 첫 가을 무대에 참가한 이지영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마스크를 썼다. 류 감독은 경기 전 이지영의 선발 출장을 두고 "도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사이드암 심창민에 대해 "큰 경기에서 자기 공을 던지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감독의 용기있는 선택은 결코 어긋나지 않았다. 이지영은 1차전 선발 윤성환과 배터리를 이루며 3-1 승리를 이끌었고 심창민은 2-1로 앞선 6회 1사 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최정과 이호준을 각각 좌익수 뜬공,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결초보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1,2차전 승리의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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